정부 포괄임금제 규제 가이드라인 실효성 논란…사무직과 생산직 간 형평성 문제도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는 장시간 근로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온 포괄임금제 규제 가이드라인을 오는 10월까지 마련하고, 법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사진은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 / 사진=뉴스1
포괄임금제 규제 가이드라인이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라 다음 달 중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규제 가이드라인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규제 가이드라인이 장시간 노동 등 부당노동행위 개선을 목적으로 하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일정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임금체계다포괄임금 약정이 체결되면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의 수당이 일괄적으로 급여에 포함된다. 사무직 근로자가 대부분 이런 임금방식을 따르고 있다.

 

포괄임금제 규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근로자는 초과근무를 한 만큼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규제가 시작되면 사용자는 근로자 근무 시간을 적정 시간을 유지하고 퇴근 시간도 엄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 고용 현장에서는 근무 시간에 따른 성과를 강조하면 결국 근무 내 스트레스는 커지고, 일을 집으로 가져가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 실효성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이 포괄임금을 적용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정부가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소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은행은 셧다운제 등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은행은 성과에 민감한 분야인 탓에 퇴근해도 성과를 내기 위해 초과근무를 해야 한다는 게 업계 쪽의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은행권의 셧다운제와 관련해 일주일에 한 번씩 컴퓨터가 자동으로 퇴근 시간에 꺼지지만, (직원별로) 목표로 정해진 성과가 있기 때문에 알아서 추가 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추가 근무 시간이 미리 반영된 포괄임금제를 환영하기도 한다. 근로자 입장에서 야근하지 않고도 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사용자가 근로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만큼 사용자 지시로 근로자 대부분은 야근 등 과중된 추가 근무를 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거론된다. 

 

사무직과 생산직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사무직 근로자의 1개월 당 초과 근로시간은 평균 13시간 6분이다. 이 가운데 32.5%만이 초과근로 수당을 받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법원 판례에 따라 실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울 경우에만 해당한다. 대부분 생산직은 정해진 시간에 일정량의 상품이나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근로시간 산정이 용이하다. 다만 사무직은 근무 시간에 따른 가시화된 생산양을 따지기 어려워 포괄임금약정 가능 직무에 해당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대부분 사무직 근로자들은 사용자와 근로계약, 단체협약 시 이미 연장근로 10~30시간을 추가하는 등으로 약정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근로자는 약정한 연장근로 시간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포괄임금제 규제가 시작되면 사무직 근로자가 근무시간 내에 성과를 내야하는 스트레스는 더 커질 것”이라면서 “근무태만 등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강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성과 중심의 사무직 근무는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에 정량적으로 시간을 산정할 수 없다”면서 “오히려 근로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포괄임금제를 개선해 나가는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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