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코어 100대 그룹 조사결과…상위 30대 기업보다 하위 70대 기업서 초고속 현상 두드러져

100대 그룹 오너일가 중 자녀세대 임원 승진기간 4년 이내 그룹. / 표=디자이너 조현경

 

국내 100대 그룹 오너일가가 입사 후 임원 승진하기까진 평균 4.2년, 사장이 되기까지 12.5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30대 그룹에 비해 나머지 70대 그룹에서 더 초고속 승진이 이뤄지고 있었다.

6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총수가 있는 100대 그룹 중 오너일가 임원 승진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29.7세에 입사해 33.9세에 임원을 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사 후 4.2년 만에 임원에 오르는 것이다. 일반 직원평균에 비해 무려 17.5년이나 빠른 셈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나마 30대 그룹 오너 일가가 임원을 달기까지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상위 30대 그룹은 5년이 걸렸지만, 하위 70대 그룹은 3.4년으로 그보다 1.6년이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사 후 사장으로 승진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상위 30대 그룹은 14.6년인데 비해 하위 70대 그룹은 11.9년으로 2.8년이 빨랐다. 하위 70대 그룹은 회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외부의 관심을 덜 받아 고속승진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임원 승진 기간은 부모세대보다 자녀세대로 올수록 짧아졌다. 재계 1~2세대가 주로 해당되는 부모세대(공정거래위원회 동일인 기준)는 평균 30.1세에 입사해 4.7년 후 임원으로 승진했지만, 3~4세대로 분류되는 자녀세대는 29.2세에 입사해 고작 3.8년 만에 임원을 달았다.

입사 후 사장이 되는 시점도 부모세대보다 자녀세대가 짧았다. 부모세대는 입사 후 평균 13.5년 후인 43.3세에 사장단에 올랐는데 자녀세대는 불과 12.5년 만인 40.4세에 사장단으로 승진했다.

회사 경력이 없음에도 입사와 동시에 임원을 단 사람도 22명이나 됐다. 이는 전체 조사대상 185명의 11.9%에 해당한다.

30대 그룹 오너일가 중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등 9명(40.9%)이 경력 없이 임원을 단 경우다.

하위 70대 그룹 중에는 정몽진 KCC 회장,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조원국 한진중공업 전무, 허진수 SPC 부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전무 등 13명(59.1%)이 이에 해당됐다.

입사 후 1년 내에 임원 승진한 경우는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0.8년), 조현상 효성 사장(0.9년),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0.9년), 안용찬 애경 부회장(0.8년), 임세령 대상 전무(0.8년), 한경록 한솔제지 상무(0.9년) 등 6명(3.2%)이다.

이들과 반대로 입사 후 임원 승진까지 10년 이상 걸린 이들도 23명(12.4%)이나 됐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입사 후 18.3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해 가장 오래 걸렸고, 구자엽 LS전선 회장(16.6년),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16.0년), 허명수 GS건설 부회장(15.2년),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14.0년),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부회장(11.2년), 구본능 희성 회장(11.2년), 김남정 동원 부회장(11.0년), 임주현 한미약품 전무(10.1년),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10.1년)도 10년 넘어서 임원을 달았다.

사장단에 오르는 기간도 그룹마다 차이가 있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3명은 회사 입사와 동시에 사장단에 올랐다. 김승연 한화 회장(0.3년), 한창훈 리앤한 대표(0.6년), 김하철 일진반도체 대표(0.7년),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0.9년) 역시 입사 후 1년이 안돼 사장단에 올랐다.

반대로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은 입사와 동시에 임원을 달았지만, 사장까지는 35.6년이 걸렸다. 구자엽 LS전선 회장(27.8년), 허연수 GS리테일 사장(26.1년), 구자열 LS 회장(25.1년), 함영준 오뚜기 회장(23.3년), 이휘령 세아제강 사장(23.2년), 장세주 전 동국제강 회장(21.3년),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20.5년) 등 26명(17.6%)도 입사 후 사장까지 20년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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