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2D 캐릭터로 큰 인기…운영 실패로 유저 수 줄어 명맥만 유지

라그나로크 이미지. / 사진=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국내 온라인 RPG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다. 특히 원조 글로벌 흥행게임으로 라그나로크라는 지적재산권(IP)이 갖는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현재는 유저 숫자가 급감해 국내에서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전 세계 많은 유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국산 온라인게임이다.

라그나로크 온라인(라그)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지난 2002년 출시됐다. 출시 직후 특유의 아기자기한 2D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면서 단숨에 흥행 게임으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당시 온라인게임의 경우, 풀 3D로 혹은 2D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라그는 배경과 스킬은 3D로, 캐릭터는 2D를 활용한 독특한 게임이었다. 특히 캐릭터 원화를 비롯해 캐릭터 자체가 큰 인기를 끌면서 수많은 매니아를 만들어낸 게임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전까지 남성 유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온라인게임 시장에 다수의 여성유저들을 끌어들인 게임으로도 유명하다. 라그의 경우 초창기 남성 유저들은 남자 캐릭터를 여성 유저들은 여성 캐릭터만을 생성할 수 있었다.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지 않는 한, 게임속 캐릭터와 실제 성별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여타 게임과 달리 게임속에서 같이 사냥하면서 커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유저들의 경우, 게임속 인연이 결혼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귀여운 캐릭터와 달리 화려한 타격감을 제공하는 스킬 시스템도 라그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기자 역시 중학교 시절 친구들을 모아 함께 라그를 즐기곤 했었다. 당시 기자는 도둑계열인 어쌔신을 키웠다. 빠른 타격이 장점인 어쌔신을 통해 몬스터를 난타하다 보면 학교 공부로 쌓인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 들곤 했다. 이후 전승 직업군이 나오기 전까지 육성했으나 고등학교 진학과 동시에 게임을 접었다.

기자가 라그를 다시 접하게 된 것은 2007년 대학에 진학한 이후다. 그러나 이미 당시에는 라그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던 시절이었다. 특히 게임속 인플레이션 현상이 너무 심해서 아이템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결국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라그는 풀 3D 그래픽으로 개발된 ‘라그나로크2’를 출시하지만 유저들의 외면 속에 결국 서버를 종료하게 된다. 라그2의 처참한 실패 후 개발사인 그라비티는 다시 라그1에 집중하며 다양한 업데이트와 게임 리뉴얼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오히려 리뉴얼된 게임에 실망한 유저들이 다수 떠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이후 그라비티는 유저들의 접속을 유도하고자 2010년 정액제였던 라그를 부분유료화로 완전히 전환하게 된다. 부분유료화 이후 동시접속자가 잠깐 증가했으나 다시 유저들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후 2011년부터 거의 매년 최고 레벨 캐릭터를 제공하는 ‘점핑 이벤트’를 열고 있으나 한번 빠져나간 유저들은 쉽사리 돌아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기자 역시 점핑 이벤트 때 잠시 라그에 복귀했으나 시작한 지 두달만에 게임을 다시 접은 경험이 있다. 이유는 앞서 말했던 과도한 게임내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라그의 경우 원활한 사냥을 위해서 고급 장비가 필수로 요구된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게임내 화폐가 쌓이기만 하보니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아이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됐다. 초보 유저 입장에서는 당장 하루에 100만원도 벌기 힘든데, 아이템 가격은 한 파트가 2억~3억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아이템 중개사이트를 통해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매하지 않고서는 아이템을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후에도 그라비티는 새로운 직업들을 추가하는 등 꾸준히 게임 업데이트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신규 유저 유입은 여전히 거의 없는 상황이다. 기존에 라그에 애착을 갖고 있는 유저들만이 게임을 이끌어가고 있는 상태다.

국내에 출시된 거의 모든 온라인게임을 플레이왔던 기자에게 있어서도 라그는 굉장히 특별한 게임이다. 라그만큼의 매력도를 가진 게임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가끔씩 라그가 생각날 때면 게임에 접속해 잠시 저레벨 지역에서 사냥을 한두시간 하다가 접속을 종료하곤 한다.

일각에서는 라그가 운영이 게임을 망친 대표적인 사례라고도 말한다. 게임 자체는 훌륭하지만 운영하는 과정에서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과 오히려 반대로 계속 진행돼 왔다는 것이다. 현재는 국내에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출시 초기에는 전 세계에 국산 게임의 위대함을 알린 게임 중 하나다. 아울러 15년간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자체도 게임이 그만큼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라그가 향후 획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다시 부활할 그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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