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 과정 지켜볼 것’…청문회는 11일로 연기
역사관 논란을 일으킨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전날 자진 사퇴는 없을 거라고 밝히면서 찬반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업계에서도 불거진 잡음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인선에 대한 견해는 다양했지만 향후 인사청문회 과정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 대다수 분위기다.
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야에 따르면 박 후보자 국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이 오는 7일에서 11일로 나흘 연기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는 오는 5일 전체회의를 열어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계획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앞서 박성진 후보자는 포항공대 교수로 재직했던 2015년 2월 당시, 연구보고서에서 독재를 미화하는 듯한 문장을 써 논란이 일었다. 박 후보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승만 전 대통령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경험한 유일한 한국인이었다고 평가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조국 근대화의 열망으로 유신이 단행됐다고 표현했다. 또한 박 후보자는 뉴라이트 역사관과 일치하는 1948년 건국설을 보고서에 적었다.
이밖에도 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많다. 진화론을 부정하는 창조과학회 활동, 동성애 합법화 반대성명, 자녀 2명 이중국적, 부인 탈세 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에서는 청와대 인선을 강하게 비판하고 지명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당장 철회를 할 의사가 없으며, 인사청문회에서 소명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자도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역사에 무지해 생긴 일”이라며 스스로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을 받을 벤처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박 후보자는 반대하는 입장이 있는 한편,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창업 현업에서 뛰었던 박 후보자를 그대로 인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같은 벤처업계에서도 서로 온도차가 다른 셈이다.
반대 입장을 강하게 표현했던 한 금융 소프트웨어 중소기업 대표는 “뉴라이트 역사관, 건국시기를 제대로 몰랐다고 변명하는 걸 보고 기가 찼다. 중기벤처부는 신규 부서다. 현재 정부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신규 부서를 이끄는 건 안 된다”며 “창업과 떠나서 지향하는 이념이 다르다면 결국 (청와대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훗날 어긋나지 않겠나”고 주장했다.
한편 박 후보자 임명을 찬성하는 IT스타트업 대표는 “정치색, 역사관을 떠나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실질적 이득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박 후보자는 그 측면에선 창업경험이 있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게 큰 도움을 줄거라 기대했다”며 “예전 정부에서도 창조경제가 큰 문제가 됐지만 스타트업 지원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현직 창업가로서는 효율성이 더 우선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중소기업계 관계자들은 찬반과 상관없이 인사청문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후보자 검증을 하고,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한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인선 과정에서 늘 잡음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청와대 인사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너무 과한 여론이다. 정치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리마며 “이번 중기벤처부 장관엔 여러 문제로 할 사람이 없었다. 철회나 사퇴업이 인사청문회까지 가는게 맞다”고 말했다.
중기벤처부 장관 지명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박 후보자가 청와대 지명을 받은 것은 지난달 24일, 대부분 내각 구성이 완료됐던 시기였다. 중기벤처부 장관 지명이 늦어진 이유로는 ‘주식 백지신탁’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식 백지신탁이란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이 보유한 기업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이에 장관으로 거론됐던 기업인들이 자사 소유 주식을 판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거란 해석이 나왔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논란과 상관없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정책과 성장에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스타트업들이 최근에야 일자리창출효과를 목적으로 주목을 받은만큼 그를 뒷받침 해줄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은 “실제 창업 경험은 새로운 중기벤처부 장관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경력이 있어야 중소벤처기업 환경을 더 잘 파악하고 혁신형 중소기업을 만들어내는 데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 창업 경험이 있어야 효율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중소기업 정책 전반을 잘 다룰 수 있고, 실질적으로 정책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 연구원은 “지금 (박 후보자의)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떠나서 중기벤처부를 이끌 장관으로서의 현장경험에선 긍정적인 부분을 박 후보자가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성진 후보자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액정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파인옵틱스 경영을 담당했다. 2009년부터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와 산학처장을 맡고 있다. 동시에 박 후보자는 포항공대가 출자한 엑셀러레이터 포스텍 기술지주 대표도 맡아 스타트업을 육성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