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과실 독점 논란… 가격 인하 지속도 의문

#일주일에 한 번꼴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주부 김 씨는 PB(자체 브랜드) 상품 코너를 가장 먼저 찾는다. 장바구니 물가가 매해 치솟고 있는 가운데서도 PB상품은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3~4개월 간 PB상품을 사용해본 결과 품질도 일반 상품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다. 그간 주로 식음료 PB상품을 구매했던 김 씨는 앞으로 주방용품, 생활용품 등도 구매해 볼 생각이다.

촌스런 디자인과 낮은 품질로 외면 받던 PB상품들이 ‘그럴듯한 상품’이 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이어지고 있다. 대형유통사들도 식료품에서 의류, 가전 등으로 PB상품군을 늘려가면서 소비패턴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PB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중 하나는 멈추지 않는 물가상승이다.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2% 상승했다. 소비자들의 구매빈도가 높은 142개 품목을 대상으로 측정한 장바구니 물가는 같은 기간 3.1% 올랐다.

AI(조류독감) 여파로 인해 폭등한 계란(64%)을 제외하더라도 주요 밑반찬에 쓰이는 돼지고기(8%), 오징어(50%), 감자(41%), 호박(40%) 등 식료품과 생필품의 지속적인 가격상승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히게 하고 있다. 

 

김 씨는 “장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 물가가 왠만한 선진국보다 높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반드시 필요한 물품아니면 되도록 구매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NB(제조업체 브랜드)상품들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사이 PB상품은 대형유통사들의 성장동력으로 꼽힐 정도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유통과정이 줄어들고 여기에서 생긴 중간마진을 유통사가 일부를 떼어가는 구조이고 대형유통사들 입장에서도 팔면 팔수록 남는 장사가 되다보니 PB상품군을 꾸준히 확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오픈마켓들도 관련시장을 엿보고 있다. 오픈마켓은 오픈라인 매장보다 좀 더 저렴한 가격과 빠른배송을 무기로 PB상품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PB상품이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유통질서 파괴로 납품업체만 쪼들리고 있다는 비판은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다. 최근 KDI는 유통점포의 PB 상품 매출 비중이 1% 상승하면 각 유통점포당 매출액이 평균 2230만원 증가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KDI는 PB상품 시장이 성장해 대형유통업체의 이익은 증가했지만 하청 제조업체의 이익은 변함이 없거나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KDI는 “PB시장의 확대로 인한 성장의 혜택이 원청 유통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하청 제조업체로의 낙수효과는 미미했다"고 덧붙엿다.

PB상품이 확대될 경우 현재의 저렴한 가격이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PB상품이 NB상품과 경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게 보인다. PB상품이 늘어나면 비교군이 없어지니 가격이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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