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창출 전리품 여기는 낙하산 인사 이제 그만…시장 신뢰 높이고 지주사 전환 풀 강력한 리더십 필요"

한국거래소가 이사장 선임 절차를 시작한 가운데 차기 이사장이 누가 될 지에 대한 증권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급 금융기관의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고 일각에선 내부 승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낙하산 논란을 벗어나 한국거래소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수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지주사 전환 문제 등을 풀어 한국거래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문적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고 말한다.


◇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 본격화

한국거래소가 이사장 선임을 본격화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이사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 구성 작업을 끝마쳤다. 정찬우 이사장이 지난 17일 사퇴 의사를 표명한 지 열흘만이다. 추천위에는 사외이사 5명과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대표 각 1명, 금융투자협회 추천 2명 등 총 9명으로 이뤄졌다. 거래소는 이날 이사장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에 따라 후임 이사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직은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다. 기업의 자금조달과 거래 활성화, 투자자 보호 등 자본시장을 숨쉬게 하는 중책인 까닭이다.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누구냐에 따라 한국 자본시장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후임 이사장 후보로는 금융기관 관료 출신들이 우선적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관료 출신 많았던 데서 나온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 등이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또 관료 출신이면서 거래소 경험이 있는 이철환 전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도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

내부 출신이 이사장직에 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문성과 함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재준 현 코스닥시장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등이 공채 출신 이사장 후보로 분류된다. 다만 한국거래소 출범 후 61년간 박창배 전 이사장 외에는 공채 출신 이사장이 없었다.

이밖에 더불어민주당 김기식, 홍종학 전 의원도 잠재적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비(非)경제 관료 출신인 의외의 인물이 부상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정부가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인 신임 금융감독원장 자리에도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비경제 관료 출신인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 “거래소 독립성, 지주사 전환 유무 실타래 풀 적임자 필요”

이사장 후보들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사장이 갖춰야 자질도 주목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속해서 개혁 필요성이 제기돼 왔는데 번번이 성공적인 개혁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조직개편, 본부 이전 등 과정에서 내부와 외부 갈등도 심화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문적인 인사, 내부를 통합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차기 이사장은 지주사전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 문제는 지난 2015년 7월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 일환으로 나온 것으로 최근까지 찬·반 논쟁이 뜨거운 상황이다. 현 이사장과, 전임 최경수 이사장은 코스피·코스닥·파생시장 등 시장별 경쟁체계를 확립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이를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반면 한국거래소 노조는 “오히려 지주사 전환은 비효율적이고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반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경쟁력과 함께 독립성 문제도 차기 이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거래소는 낙하산 인사 논란에 뒤따르는 관치 금융 문제를 겪어왔다. 현 이사장이 선임될 당시에도 박근혜 정부와 관련해 낙하산 논란과 관치 금융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가 정치 중립적으로 자본시장을 관리해야 한다는 대원칙과 시장 신뢰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한국거래소 안팎에서 커진 상황이다.

한 투자금융업계 전문가는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그동안 정권 창출의 전리품으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정부 눈치나 정치적인 외압 탓에 제대로된 경영판단을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한국거래소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새 이사장은 그 무엇보다도 이러한 논란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이사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 구성 작업을 끝마치고 후임 선정에 본격 돌입했다. 사진은 한국거래소 전경.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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