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무휴 하루 24시간 상담 서비스 제공…응답률 연말까지 80% 목표
우리은행이 국내 은행 최초로 자연어 기반 챗봇 서비스를 다음달 선보인다. 기존 질문과 답변을 챗봇에서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상담원처럼 고객과 대화하는 기능의 챗봇이다.
박봉순 우리은행 시너지마케팅부 부장은 “다음달에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25일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위비봇을 은행 메신저 서비스인 위비톡에 연동해 상담 서비스에 활용할 예정이다. 진화한 챗봇 덕분에 우리은행은 365일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현재도 챗봇을 이용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사람이 챗봇에 붙어 상담을 해주는 형태로 콜센터 근무 시간이 끝나면 이용할 수 없다.
위비봇은 기존 Q&A 방식을 벗어난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 수준의 진화한 챗봇이라 금융권 뿐만 아니라 IT업계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 상담원처럼 채팅하는 위비봇
우리은행은 한밤중에도 위비봇을 통해 ▲전자금융거래 한도 ▲보안카드 분실 대응 방법 ▲공인인증서 발급방법 ▲환전 방법과 같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은행 챗봇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비스가 시작돼 금융 상품 안내를 해왔다. 지금까지는 구현 방식이 쉬운 선택형이 대세였다.
그러나 우리은행 챗봇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상담을 하도록 구현했다. 날씨 등 금융 외 생활정보도 챗봇을 이용해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자연어 처리 방식이기 때문에 한계는 있다. 현재 챗봇은 인식 능력이 떨어져 자연스러운 대화가 불가능하다. 인공지능과 대화하다보면 “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위비봇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상담원과 챗봇의 협업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단순업무는 챗봇이, 심도 있는 상담은 상담원에게 연결하는 방식이다.
콜센터 상담원이 퇴근한 후에는 챗봇을 통해 고객 질의를 응대하고, 이를 통해 접수된 고객 문의를 자동 분류하고 저장했다가 직원 출근후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 지난달부터 직원대상 시범서비스
우리은행은 챗봇 서비스를 지난 8개월 동안 준비했다. 올 1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7월 4일부터 직원들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에 돌입했다.
위비봇은 상담 서비스 제공을 위해 A4 용지 300만장 분량의 정보를 학습했다. 은행 업무 규정, 상품 정보 등을 집중 공부했다. 아직은 질문 3~4번중 1번꼴로 못 알아듣거나 엉뚱한 대답을 내놓기도 하는 등 학습 단계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응답율을 80%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일본 미즈호은행 로봇서비스의 응답율도 60% 수준이다.
박 부장은 “지금 챗봇은 막 태어난 갓난아기 수준”이라며 “어린이 이해력 수준으로 대화하고 있지만 계속 가르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파고가 기보를 익혀 인간을 꺾는데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것처럼 은행 챗봇도 이제 걸음마 단계인만큼 숙성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챗봇은 사람마다 말의 높낮이, 사용하는 단어, 어투까지가 모두 달라 이를 모두 이해하려면 학습이 필요하다. 위비봇이 300만장 분량의 방대한 업무를 공부했지만 고객 응대 능력은 실전을 통해 향상시켜야 할 과제다.
국내에 딥러닝 관련 전문 기업과 인력이 부족한 점 등은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다. 위비봇은 음성을 문자로 변환(STT, Speech to Text)해 학습했다. 이런 기계 학습을 접목하는데도 어려움이 컸다.
박 부장은 “인공지능은 유독 구현하는 IT기술 단계와 사람이 기대하는 결과물 차이가 큰 영역”이라며 “내부적으로 먼저 도전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