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자연 잇는 도심형 SUV…판매가격 9850만~1억4340만원
랜드로버가 1969년 레인지로버 시제품에 붙인 ‘벨라’라는 이름이 반세기를 건너 돌아왔다.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사이에 새로운 레인지로버를 더하면서 49년 전 시제품 벨라에 몰래 새긴 변화의 기대를 다시 꺼냈다. 벨라는 ‘장막’을 뜻하는 라틴어 ‘벨라레’에서 따온 이름이다.
농업용 차량을 만들던 랜드로버는 1970년, 20년 가까이 장막 뒤로 개발한 레인지로버를 꺼내 돌연 호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열었다. 2017년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 벨라에 도시와 자연을 연결했다. 험로 주행 성능이 SUV 가치를 판가름하는 시대는 저물었다는 게 랜드로버의 설명이다.
김정용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품 마케팅 차장은 “벨라 디자인은 화려함, 모던함, 우아함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면서 “오프로드 주행보단 도심 주행이 강조된 도심형 SUV로 사륜구동 시스템을 뽐내기보단 사용자의 나이와 취향을 고려해 용도를 세분화한 SUV”라고 말했다.
22인치 휠, 가늘게 뻗은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라이트가 적용된 외관은 흙길의 먼지와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다. 레인지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레인지로버 이보크에 희미하게 남은 각마저 매끈하게 지워졌다. 2874㎜에 달하는 휠베이스로 널찍한 실내는 첨단으로만 채워졌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조작부에는 10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가 버튼을 대신한다. 낮고 길게 압축된 레인지로버 벨라에 앉아 인천 영종도에서 서울 강남까지 68.5㎞를 달렸다.
레인지로버 벨라에 장착된 D240엔진은 그러나 공차중량만 2톤을 넘는 육중한 차체를 끌기에 벅찼다. 랜드로버의 D240엔진 2ℓ 4기통 트윈 터보차저 디젤 엔진으로 레인지로버 벨라에 최초 적용됐다.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51.0㎏·m의 힘은 2000cc의 배기량 벽에 막혀 시원하게 치고 나가지는 못했다. 최고출력이 각각 300마력, 380마력에 달하는 D300이나 P380 모델과는 달랐다. 주행 모드를 다이나믹으로 바꾸자 민첩함은 한결 개선됐다.
엔진의 아쉬움은 8단 자동 변속기가 지웠다. 가속 페달을 깊숙하게 밟으면 변속기는 즉각 저단으로 변속 빠르게 힘을 끌어올린다. 이후 변속 충격 없이 부드럽게 제어된다. 또 변속기는 운전자의 다양한 운전 패턴과 주행 모드에 따라 지능적으로 움직임을 바꿔 서스펜션과 다시 조응한다. D300 및 P380 모델에는 랜드로버의 전자 제어식 에어 서스펜션 시스템이 기본 사양으로 적용돼 차체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D240 모델도 선택 가능하다.
큰 차체에도 82%가 알루미늄 소재로 구성된 탓에 급코너에서 예상보다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준다. 고속으로 코너 진입 시 안쪽 바퀴에는 미세한 제동력, 바깥쪽 바퀴에는 더 많은 동력을 전달해주는 토크 벡터링 기술 덕에 코너링도 기대 이상으로 민첩하다.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타 넘는 등 승차감도 나쁘지 않다. 다만 고속주행에선 내내 바람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노면음과 엔진음 없는 내부는 시속 100㎞ 이상에서 풍절음으로 넘쳤다.
편의시설은 가득하다. 랜드로버는 애초에 그랬다. 직관적인 디자인에 실용성을 강조한 미국형 SUV와 달리 필요한 것뿐만 아니라 필요할 수도 있는 것, 편한 것뿐만 아니라 편해질 수 있는 것, 쓸모없어도 예쁜 것을 모두 담는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탑승자 모두 다리를 뻗고 쉴 수 있을 정도의 실내 공간에 더해 야영 장비를 충분히 실을 정도인 558ℓ의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열면 차고가 무려 50mm나 낮아진다.
중앙에 배치된 터치형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두 개의 터치 스크린으로 이루어져 전화 통화, 음악 감상, 내비게이션 등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 주행 모드는 물론 차량 공조기 설정도 터치 스크린으로 제어된다. 기본 8개, 옵션 선택 시 최대 23개의 스피커를 구석구석 배치할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도 갖췄다. 볼륨을 조금 높이면 고속 주행에서 앞유리를 파고드는 풍절음을 지워낼 수 있다.
이날 연비는 ℓ당 11.5km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연비가 10.9km/ℓ 임을 감안했을 때 비슷한 수준이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총 5개 트림으로 9월 국내 출시 될 예정이며 판매가격은 트림별로 ▲D240 S 9850만원 ▲D240 SE 1억460만원 ▲D240 R-Dynamic SE 1억860만원 ▲D300 R-Dynamic HSE 1억2620만원 ▲P380 R-Dynamic SE 1억1610만원이다. 멋있고, 예쁘고, 비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