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10년 안팎 실거주 용이 단지는 되레 값 올라…노후 재건축 단지는 1억 넘게 하락
8·2 부동산대책 쇼크로 수도권 주택시장 전체가 얼어붙은 가운데 강남권 일부단지는 대책 발표 직전보다 높은 값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집값이 대책발표 직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름세를 보인 곳은 입주 10년차 내외 실거주 목적이 뚜렷한 단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규제가 재건축 투자수요 제한에 집중됐던 만큼 이들 재건축 단지는 거래량도 대폭 감소했을 뿐 아니라 억대로 하락해 실거래됐다.
2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는 대책발표 직후에도 견고한 가격방어선을 보이고 있다.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의 경우 대책발표 전인 지난달 21일 17억9600만원에 거래됐는데 대책이 발표되고 열흘 지난 이달 12일에는 18억25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서슬퍼런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동일단지 내 같은 평형, 같은 층이 2900만원이나 비싼 값에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반포자이 역시 마찬가지다. 대책발표 일주일 전인 지난달 26일에는 84㎡가 17억8500만원에 거래됐는데, 대책 발표 직후인 이달 7일에는 1500만원 오른 18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반포동에서는 다음달만 해도 신반포 13차, 14차, 15차, 반포주공1단지 등 재건축 단지들의 시공사업자 선정이 줄줄이 예정돼있다. 그 외에도 이미 철거 후 재건축이 진행되거나 재건축 추진단계를 밟을 정도로 1970~80년대 초반 지어진 재건축 추진 단지가 주를 이룬다. 이들과 달리 입주 10년차를 맞은 두 단지는 실거주 목적이 강하다. 젊은 단지들은 주거상품으로서 가치를 유지함에 따라 가격 출렁임이 덜한 것으로 보인다.
인근 방배동 역시 분위기는 비슷하다. 입주 16년차인 ‘방배홈타운2차’ 전용면적 114㎡는 대책발표 전인 지난달 12억9500만원에 거래됐으나, 대책발표 직후인 이달 5일에는 13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5500만원이나 뛴 것이다. 방배동은 방배5구역, 6구역, 13구역, 14구역 등이 시공사 선정을 마쳤거나 진행중일 정도로 재건축이 탄력받으며 올 한해 주택시장에서 주목받아 왔다. 이처럼 재건축은 올들어 강남 집값의 가파른 상승을 주도했고, 그런만큼 규제도 재건축 투자수요 제한에 집중됐기 때문에 대책 후 변동이 클 수 밖에 없다. 반면 실거주 목적의 단지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대책에도 흔들림없는 시세를 형성하는 것이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2차 전용면적 115㎡와 논현동 쌍용아파트 전용 84㎡가 대책발표 직후 각각 1억2000만원 비싼 값에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많은 단지들이 정부의 강력한 대책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 전망이 잇따르는 속에서도 아파트 시세와 가치를 받쳐주는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수년 간 투자 유망단지로 꼽혀 온 재건축 단지들은 대책발표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거래가 아예 끊기거나 1억원 안팎으로 가격이 추락해 계약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다. 은마아파트는 7월 한달 간 총 39건의 거래가 발생했지만 이달 들어선 단 1건에 불과하다. 거래된 매물은 전용면적 95㎡로, 대책발표 전인 지난달 26일에는 같은평형 동일층수가 13억4000만원에 계약됐으나 대책발표 후인 이달 11일에는 9000만원 하락한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특히 이 단지는 이달 중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고 49층 높이로 짓겠다는 재건축 계획안 자체를 거부당하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매물이 속출하고 있지만 거래는 신통치 않다.
또다른 재건축 대장주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총 29건의 거래에서 이달에는 거래량이 총 7건으로 뚝 떨어졌다. 가격은 전용면적 103㎡가 대책발표 전인 지난달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달 18일에는 14억1500만원에 계약됐다. 대책발표 영향으로 1억3500만원이나 하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