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한반도 긴장 상태가 소비자심리에 영향"…8·2대책 여파 집값 전망은 역대 최대폭 추락
상승세를 보였던 소비자 심리지수가 8월들어 조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북한의 강경 발언으로 인한 한반도 지정학적 불안이 커진데다 정부 고강도 부동산대책 발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7월보다 1.3 포인트 떨어졌다. CCSI는 지난 2월부터 6개월 연속 상승해오다 이달들어 증가세를 멈춘 것이다.
CCSI는 한국은행이 한국 가계 부문에서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총 6개의 주요 개별지수를 표준화하여 합성한 지수다. 기준선(2003∼2016년 장기평균치)인 100을 넘지 못하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가 비관적임을 뜻한다.
사상 최장 기간 오름세를 보이던 소비자심리가 멈춰선 것은 우선 한반도 지정학적 문제 영향으로 분석된다. 박상우 한국은행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한 가장 큰 요인은 북핵 문제로 파악됐다”며 “그동안 계속 올랐던 데 따른 조정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각) 북핵 문제와 관련해 '화염과 분노' 발언을 하며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됐다. 북한 역시 괌 포위 사격을 거론하며 사태가 극에 치달았다. 이에 코스피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체적으로 보면 향후경기전망이 104로 한 달 사이 5포인트 떨어졌다. 현재생활형편CSI는 지난달 95에서 8월 94로 1포인트 낮아졌고 생활형편전망(104→102), 현재경기판단(96→93)도 각각 내림세를 나타냈다. 반면 소비지출전망은 109로 한 달 전보다 1포인트 올랐다.
1년 후 집값 전망을 물어본 주택가격전망CSI는 99로 16포인트 급락했다. 한국은행이 주택가격전망CSI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가장 큰 내림폭이다. 이전에는 2015년 12월(-11포인트)이 가장 컸다. 이는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데 따른 소비자 반응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정부가 서울 전역과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 강력한 대책을 발표했다.
임금수준전망CSI는 125로 1포인트 오르면서 넉 달 연속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가 일자리와 가계소득 확대에 중점을 둔 데 따른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물가인식’은 2.5%로 7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0.1%포인트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품목(복수응답)에는 농축수산물이 45.8%로 가장 높았다. 이는 최근 채소값 상승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뒤이어 공공요금(43.2%), 공업제품(38.7%) 등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