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마약범죄 등 취약”…공사 연간 300억원 임대수입 위해 국민안전 외면 지적도
# 멕시코의 베니토 후알스 국제공항 출국검색대를 용케 통과한 마약상 A가 인천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캐나다 밴쿠버를 경유해 18시간 만에 인천에 도착한 A는 국내 공급책과 접선하기 위해 몇 시간째 면세점을 배회하고 있다. 관세청 마약조사과 직원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연이어 들어오는 비행기의 입국자들 속에 섞인 A, 혼란한 틈을 타 마약조사과 직원을 따돌리고 국내 공급책과 접선에 성공했다. 포섭된 공항관계자였던 국내 공급책은 상주직원통로를 이용해 공항을 손쉽게 빠져나갔다.
인천공항에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됐을 경우, 관세청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마약 범죄 가상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은 지난 2001년 인천공항이 개항됐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관세청이 범죄취약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22일 시시저널e와의 통화에서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되면 마약 밀수입 등 범죄를 공모하는 자들에 대한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행객들이 신속히 입국심사대를 통과해야 추적‧감시가 수월한데 면세점이 설치되면 범죄자들이 면세점에 오랜 시간동안 머무를 수 있다. 자체 확보한 블랙리스트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협약에서도 입국장 면세점은 권고사항이 아니다. 검토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입국장 면세점 사업을 재추진한다. 벌써 7번째다. 인천공항공사는 입국장 면세점 사업을 위해 여객터미널 1층 입국장 수하물 수취지역 동·서측에 각각 190㎡와 제2여객터미널(T2) 1층 입국장에 326㎡의 공간을 확보해 놓고 있다. 이곳은 16년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입국장 면세점을 현재 운영 중인 외국공항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인천공항에도 반드시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홍콩, 중국 등이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고 일본은 준비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현재 13개국이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인천공항의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범죄 등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뚜렷하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 관세업계 관계자는 “임대수익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잡힐순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면세점 확장보다 고객불만 1순위인 인도장의 설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여객동과 탑승동 총 6곳의 인도장이 있지만 장소가 매우 협소하고 여행객들이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면세점 관계자는 “고객불만이 가장 많이 접수되고 있는 인도장의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의 입장이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인천공항에 입국장면세점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법과 관세법 등 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과거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발의했던 의원 91명 중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한병도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등이 청와대 요직에 있다는 점을 들어 입국장 면세점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 박근혜 정부는 입국장면세점 도입을 검토했으나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이유로 백지화시킨 바 있다. 인청공사 측이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입국장 면세점 설치로 발생하는 임대수익은 한 해 약 3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