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CR-V 차주에게 무상 수리 제공…방청작업에도 부식현상 재발할 수 있어
혼다코리아가 차량 녹 발생 논란에도 판매를 강행하며 도마 위에 올랐다. 늑장 대응에도 비난이 일고 있다.
혼다는 자체 조사결과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공식 조사결과가 나올 때 까지는 혼다가 자체적으로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혼다의 무상수리 조치가 소음 결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상황이다.
22일 혼다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 녹 발생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무상 수리 방침을 밝혔다. 5세대 CR-V 모든 차주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할 예정이며, 녹 제거와 방청 작업을 제공할 계획이다. CR-V뿐 아니라 최근에 녹 발생 논란에 함께 휘말린 중형 세단 어코드 등 타 차종에 대해서도 동일 서비스가 제공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혼다의 대응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YMCA 자동차안전센터 관계자는 “혼다코리아가 CR-V에서 녹이 발생한지 2주 가까이 지나고 나서야 대응 방침을 내놨다. 그동안 개별 소비자들의 차량을 살피는 대신 인천항에 대기 중인 차량 상태를 점검하는데 그쳤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무상 수리 대책 역시 문제가 많다는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며 “방청 작업 후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청작업이란 철판에 약품을 발라 기존의 녹을 제거함과 동시에 다시 녹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비하는 작업이다. 이번 혼다 차량 녹 발생 원인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혼다는 방청 작업을 무상으로 제공해 차량에 발생한 녹을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혼다가 무상 수리 대책으로 내세운 방청작업을 위해선 차량의 대시보드를 뜯어내야 한다는 데 있다. 현재 CR-V 차량 부식 현상은 주로 운전석 운전대와 대시보드 아랫부분 금속부품(브라켓)에 발생하고 있다. 방청작업 이후에는 대시보드를 다시 조립해야 하는데, 일각에선 애초 제작 수준의 완전한 이음새 마감 작업 보장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에 거주하는 CR-V 차주 이아무개씨는 “어제 오후 직접 서비스 센터에 찾아가서 대시보드 재조립 이후, 소음 발생 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에 대해 업무 담당자 역시 소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이어 “만약 소음 발생 시 책임 부담을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도 없다고 들었다”고 토로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음문제보다도 확실한 녹 제거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다. 대시보드를 떼어냈다 다시 붙이면 소음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재조립 작업만 충실히 따른다면 원상태 복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오히려 녹을 얼마나 어떻게 제거하느냐가 관건이다. 녹음 암과 같다. 쇠붙이에 생긴 녹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며 “쇠붙이 속살을 다 드러내놓고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게 어려워 방청작업 이후에도 다시 녹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