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사 입장 전달하자니 文정부 정책과 충돌…주종목 일자리 문제도 대한상의가 주도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서비스연맹, 마트노동자 국회 앞 무기한 농성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1만원 발목잡는 적폐세력 규탄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 사진=뉴스1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재계 단체 지형은 대한상공회의소가 급부상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숨죽이고 있는 ‘1강 2약’으로 정리됐다.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이 쇄신모드에 들어가며 숨죽이자 대한상의가 단독으로 치고 나가고 있다. 경총은 여전히 전경련과 함께 기를 못 펴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비중 있는 정책으로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 및 노동시장 이슈는 사실 따지고 보면 경총과 가장 맞닿아 있는 주제다. 하지만 이마도 대한상의가 더 주도적으로 나서서 선점하는 모양새다. 

 

대한상의는 지난 7월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반장식 일자리수석 등을 초청해 일자리 정책 간담회를 개최하며 일자리 정책과 관련, 재계와 정부의 소통창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경총은 왜 전경련과 더불어 현 정권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문재인 정권과 첫 단추를 잘못 끼면서 상황이 꼬이게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경총포럼에서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며 “획일적 요구가 넘쳐나면 산업현장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자 청와대는 다음날 곧바로 “(경총이) 성찰이나 반성 없이 잘못된 내용을 갖고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함으로써 일자리 문제가 표류하지 않을까 굉장히 염려 된다”고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당시 한 재계 관계자는 “재계 입장이 이상하게 전달돼 괜히 부작용이 나오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이 없었다 하더라도 현 정권의 정책 방향을 보면 경총이 힘을 얻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힘을 얻는다. 태생적 이유가 지닌 한계 탓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경총은 노사 및 일자리 문제에 있어 회비를 내는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면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계속해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총은 쉽게 말해 노사관계에 있어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렸던 전경련은 차라리 민간 경제외교 등 현 정권에서도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지만, 경총은 현 정부에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재계 입장도 전부 대한상의를 통해 전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대기업을 대표하는 두 단체가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재계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경련 소속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한상의가 현재 재계와 정부를 잇는 역할을 하지만 사실 대기업들이 아닌, 중소 및 중견기업을 대표하는 성격이 짙다”며 “사실상 30대 그룹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들은 기를 못 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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