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교사 전문성‧거부감 살펴야

제21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을 찾았다. 무엇보다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시행될 소프트웨어 교육을 앞두고 얼마만큼 준비가 돼있고, 어떤 반응이 오가는지 궁금해서였다. 관련 업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결과, 소프트웨어 교육은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 있었다.

행사장에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업체들이 다수 참가했다. 소프트웨어 교재를 진열하는가 하면 직접 코딩 교육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부스도 꾸려졌다. 청소년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체험에 임했지만 막상 관련 업계 이야기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대다수 소프트웨어 교육 업체들이 가장 큰 난제로 꼽은 것은 바로 소프트웨어를 교육할 교사들의 태도였다. 그들은 교사들이 소프트웨어에 대한 강한 공포심과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 내년부터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들이 이런 마음을 먹고 있다 보니 가르침을 받을 아이들도 거부감을 먼저 익힐까 걱정이 앞섰다.


교사들에게 이런 필수과목이 생기는 것은 실로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한다. 업무가 더 늘어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전공한 분야도 아니고 용어조차 생소하기 때문이다. 관련 경험이 없고 관심도 없는데 이를 능숙하게 가르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소프트웨어 담당 교원 직무 연수 과정은 1박 2일에 불과하다. 고작 15시간에 소프트웨어를 익혀야하는 셈이다. 전문성 논란이 충분히 생길만한 대목이다. 소프트웨어 교육 업체에 교사들이 교육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느냐고 묻자 일부 선도학교에서 관심을 갖고 진행하는 교사 외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교육 관련 부스에는 교사보다는 오히려 청소년 기관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일부 청소년 기관 관계자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서 교육업체 대표와 소프트웨어 교육프로그램 유치를 놓고 본격적으로 협의하기도 했다.

한 소프트웨어 교육 업체 대표는 기자에게 파워포인트 자료를 건넸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국내에선 아직 이르다는 내용을 담은 자료였다. 이 대표는 “실무, 즉 학교 쪽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해 와 닿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며 “소프트웨어 교육 필수과목 지정을 1~2년 정도 유예해서 진행했으면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나이가 많은 소프트웨어 담당 교사의 경우 그 거부감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주도로 소프트웨어 교육이 빠르기 진행되고 있긴 한데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 교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아이들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없어 쉽게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2010년 인도를 시작으로 일본, 영국, 미국에 이르기까지 필수 과목으로 지정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중학교에서는 내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에는 2019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이 필수화된다. 이에 따라 중학생들은 정보과목을 통해 34시간 이상, 초등학생은 실과과목을 통해 17시간 이상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게 된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부 교사들은 본인들 스스로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 소프트웨어 교육 업체 관계자는 교사들이 주말에 짬을 내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업체를 찾아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는다고 전했다. 소프트웨어 필수 과목 시행을 앞두고 마음 급해진 교사와 학생이 같이 사교육을 받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소프트웨어 담당 교사의 전문성을 재정비할 필요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 교사들이 자비로 사교육 현장을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연수가 부족하다는 얘기이자 불안함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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