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 지원으로 선명한 화면 제공…답답한 AI·PC방 점주들과의 분쟁 '옥의 티'
과거 중학교때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했던 기자도 기대에 한껏 부푼 마음을 안고 리마스터 버전을 다운받고자 배틀넷 사이트를 접속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기자는 15일 자정에 리마스터 버전 다운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15일 오전 1시쯤 리마스터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다운로드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공지사항을 확인해보니 오전 5시 정도에나 다운이 가능하다고 나와있었다.
문제는 블리자드 코리아가 공지를 늦게 올린 탓에 많은 유저들이 기자와 마찬가지로 게임 다운로드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출시 광고만 대대적으로 했을 뿐, 정확한 출시시간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은 점은 아쉽게 느껴졌다.
이후 15일 아침이 되서야 게임을 다운받을 수 있었다. 접속하자마자 고화질의 배경화면이 기자를 반겼다. 가장 큰 특징은 역시 화질이었다. 리마스터 버전은 기존에 최대 640x480 해상도만 지원하던 원작과 달리, 모니터에 따라 최대 4K UHD해상도를 지원한다. 아울러 16:9 화면 비율도 제공한다. 원작에서는 4:3 화면 비율만 제공했었다.
특히 F5키를 누를 경우 원작과 리마스터 버전을 실시간으로 오갈 수 있었다. 원작에서 스타 유닛들이 흐릿하게 보였다면,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굉장히 선명한 그래픽과 함께, 유닛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테란 미사일 터렛 내부에 탑승한 병사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원작에서는 단순히 미사일 터렛만 돌아가는 줄만 알았던 유저들이 대다수였다. 유닛 오른쪽 하단에 표시되던 초상화도 고화질로 리마스터됐다. 아울러 화질 뿐만아니라 게임 배경 음악과 각종 소리 효과들도 고음질로 바뀌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그래픽 개선 외에도 1.18 버전부터 1.19를 거쳐 등장한 새로운 기능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있어 도움이 되는 정보인 APM과 게임 경과 시간을 옵션 조절을 통해 게임 내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APM은 ‘Actions Per Minute’의 약자로 1분에 몇 번의 명령을 내리는지를 의미하는 용어다. 쉽게 말해 ‘손 빠르기’를 수치화해 보여주는 것이다. 1.18 이전 버전에서는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게임 내에 해당 기능이 포함됐다.
단축키 설정 기능도 1.19 업데이트와 함께 추가됐다. 스타크래프트를 실행하고 게임 모드 선택 화면에서 단축키를 선택하면 단축키 설정 화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건물은 물론, 유닛부터 업그레이드, 기본 명령어까지 모두 원하는 대로 단축키를 변경할 수 있다.
이번 리마스터 버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한글 언어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영어만 제공되며 별도의 설정 변경이 불가능했다. 반면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취향에 따라 한국어(음역)과 한국어(완역) 선택이 가능하다. 음역이란 ‘Marine’을 그대로 ‘마린’으로 번역하는 것이고, 완역은 ‘해병’으로 번역하는 것을 말한다. 언어를 한국어로 설정하면 게임 내 음성 역시 한국어로 바뀌게 된다.
과거 처음 스타를 접했던 시절, 부족한 영어로 인해 메인 퀘스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던 기자에게 한국어로 친절하게 나오는 퀘스트 설명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1.19버전부터는 스타와 블리자드 계정이 연동됐다. 리마스터 버전부터는 배틀넷 앱에 새롭게 스타가 포함됐다. 이제는 별도의 게임 실행없이 블리자드의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다 배틀넷 앱을 통해, 스타를 접속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번 리마스터 버전을 플레이해 본 결과,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화질이 개선되고 나니,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이었다. 후속작인 스타2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리마스터 버전의 경우, 기존 원작의 플레이 방법과 UI(사용자 인터페이스), AI(인공지능) 등을 그대로 적용했다.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블리자드의 배려였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뉘었다.
일부 유저들은 원작과 똑같다는 점에서 환영했지만 일각에서는 답답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지적했다. 기자 역시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는 ‘드라군’과 ‘리버’의 공격이 불발에 그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
최근에는 PC방 점주들과 요금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PC방 점주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인문협)는 지난 11일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와 관련해 블리자드를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위에 제소했다.
블리자드 측이 PC방에 시간당 250원가량의 별도요금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점주들의 반발이 불거진 것이다. 기존 스타크래프트는 PC방에서 게임 패키지를 구입하면 그 뒤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리마스터의 경우, 이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PC방이나 이용객이 게임사에 많은 요금을 내야 한다.
협회 측은 “리마스터 버전은 기존 스타크래프트의 화질만 보정한 개정판으로 새로운 게임이 아니다”며 “리마스터 버전을 구매한 개인 유저가 PC방을 찾아 개인계정으로 접속하더라도 PC방 정량 요금을 차감한다는 것은 명백한 이중 판매 및 이중 과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유저들은 스타의 귀환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기존 유저가 아닌 신규 유저들을 얼마나 끌어 들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자가 찾아간 서울 시내 PC방에서도 리마스터 버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대다수가 30대와 40대 유저들이었다. 10대와 20대 유저들은 여전히 ‘오버워치’와 ‘리그오브레전드(LOL)’을 주로 플레이하고 있었다.
리마스터 출시가 잠깐의 열풍으로 끝날 지, 제2의 도약이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장기 흥행 여부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스타 출시 당시인 1998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게임이었지만, 지금은 스타를 뛰어넘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많은 상황이다. 단순히 화질만 개선한 수준으론, 인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