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주주 대량 매도 가능성에 주택시장 악화 우려 작용…산은의 9월말 매각작업 '먹구름'
‘최순실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은 박창민 사장이 사임했지만 대우건설 주가가 여전히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시장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감, 2대 주주인 에스이비티(SEBT) 투자 유한회사의 블록딜(대량매매) 가능성에 따른 오버행(대량물량에 대한 부담감) 불확실성이 주가를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9월말 매각공고를 낼 계획인 산업은행 측으로서는 악재일 수 밖에 없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대우건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 하락한 72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4일 박창민 사장 사임으로 CEO 리스크가 해소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인 셈이다.
대우건설 주가는 연일 70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대우건설 주가는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사실이 공시된 이래 지난 2일 8160원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2015년 4월27일 8150원을 기록한 이래 2년 새 고점이다. 다만 이후 연일 하락세가 이어지면 주가가 2주 만에 11.4% 떨어졌다.
이런 주가 흐름은 대우건설의 견실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불구하고 이례적이다. 대우건설은 상반기 주택부문에서 3조3000억원대의 수주액을 올렸다. 이는 대우건설이 설정한 연간 수주목표액의 95%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주실적에서 해외사업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16.3%에서 4%로 한자릿수로 줄긴 했지만 연간 해외 수주목표량의 60%를 채웠다. 이에 대우건설이 하반기 실적개선을 이룰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측한 바 있다.
결국 CEO 리스크, 펀더멘털과 별개의 요인들이 대우건설의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외부 요인 중 앞으로 국내 주택시장 환경 악화 가능성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대우건설은 신규수주 실적에서 주택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 상반기 78.21%에 이른다. 이는 전년 동기(52.1%) 대비 26.11%포인트(p) 가량 오른 수치다. 입주물량 증가, 미국 금리인상, 정부 부동산 규제 등으로 인한 주택시장 침체시 대우건설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요인이다.
또 다른 악재로 대우건설 2대 주주인 SEBT 측의 블록딜 가능성이 꼽힌다. 이 회사는 IBK투자증권과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이달내 SEBT 측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지분율 4.8%, 20004만주)에 대한 보호예수기간이 풀린다. 대규모 블록딜을 통한 매도량 증가가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실제 SEBT 측의 대규모 블록딜이 이뤄진 지난 5월 13일, 24일 이후 다음달 27일 대우건설 주가는 6770원까지 하락한 전례가 있다.
라진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의 (주가 약세는) 펀더멘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대신 외부환경인 주택시장 수급여건, 2대 주주인 SEBT 측이 지닌 지분의 보호예수기간이 풀리면서 발생할 블록딜에 대한 우려감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여전히 안갯속 대우건설 매각작업
이같은 주가약세는 오는 9월말로 예정된 대우건설 매각작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공모펀드인 ‘KDB밸류 제6호’를 통해 대우건설의 지분 50.75%를 보유하고 있다. 펀드 만료일인 10월 전 산은 측은 대우건설 매각일을 공고할 계획이다. 다만 매입시점 주가(1만5000원대) 대비 현 주가가 절반도 안되기에 매각작업에 불똥이 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대우건설 매입에 관심을 지닌 구체적 회사 리스트도 시중에 돌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에 매각작업에 먹구름이 낀 셈이다.
추가 주가부양을 위해 대우건설 측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도 만지 않다. 가장 빠르게 주가를 부양하는 방법으론 인력감축, 부서조정 등의 구조조정을 꼽을 수 있다. 다만 노조 측은 지난해부터 일관되게 “직원 1인당 매출생산성은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비치는 상황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사측이 단행하기도 쉽지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 경기 하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축소 등으로 국내 건설사의 외부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에 있는 대우건설이란 거대 건설사를 매입하는 데 매수자들이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주택사업부만 별개로 떼내 분할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만큼 매각작업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의미”라며 “설사 매각이 이뤄진다 해도 현 주가 상태에서 산은이 제값을 받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