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계 “소프트웨어 필수교육 1~2년 정도 유예해야”

14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21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에 소프트웨어 교육용 교재가 비치돼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첨단 기술의 향연이 펼쳐진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 곳곳에서 학부형들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내년부터 중학교 필수교육 과정으로 편입되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오갔다.

10일부터 15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제21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이 열린다. 14일 올해로 21회째를 맞는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을 찾아 필수교육과정 편입을 앞둔 소프트웨어 교육의 현주소를 살폈다.

소프트웨어 교육 관련 부스에는 청소년보다 학부모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아무래도 2018년부터 시행될 중학교 정보과목 필수 지정 영향이 한몫한 것으로 보였다.

직접 코딩체험에 참가했다. 우선 미로와 캐릭터를 마주했다. 미로를 벗어나기 위해 프로그램의 캐릭터가 얼마만큼 앞으로 가고 옆으로 움직이고 장애물을 피해야 하는지 명령어를 구성해야 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언어 대신에 우리가 쓰고 있는 일상어를 이용해 규칙을 만들어서 하나의 알고리즘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때로 알고리즘의 순서가 바뀌면 원치 않는 결과물을 나오기도 했다. 이런 착오를 겪으면서 우선시 돼야 할 조건들을 익히는 일종의 논리력 싸움이었다. 아이들이 이런 작업을 잘 따라하느냐고 묻자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관계자는 “잘하는 아이들은 아주 잘한다”며 “디자인이 흥미를 유발하게끔 구성돼있어서 결코 딱딱하지 않다”고 답했다.

학부모들의 반응을 묻자 이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어떻게 코딩을 가르쳐야 하는지 많은 문의가 온다”며 “하지만 네이버 자회사인 엔트리교육연구소가 무료를 무기로 전국을 장악하고 있다 보니 더 공들인 자사 교육 프로그램은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프트웨어 교육업체인 에스엔소프트 관계자는 “코딩 교육을 3년 전에 가장 먼저 시작했고 경기도 대부분 초‧중‧고등학교에서 자사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 고등학교는 벌써 전문가 단계인 테스트코딩을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교사들의 준비 현황에 대해서는 “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주말을 반납하면서까지 에스엔소프트를 찾아서 배우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의견은 벌써부터 할 필요 있냐는 의견과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반으로 갈린다”면서 “사교육을 받기 위해 코딩교육을 열어달라고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교육 필수과목 지정을 1~2년 정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제현 소프트웨어 교육 업체 코블 대표는 “소프트웨어 교육과 관련해 여러 제품이 나오고 붐이 일고 있지만 실무나 학교 쪽에서는 많이 와닿아 있는 것 같지 않다”며 학교 측의 준비성 부족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학생들은 이미 준비돼있지만 교사들은 어려워한다. 소프트웨어 교육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교사가 많고 교육에 자신없어하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며 “필수과목 지정을 1~2년 정도 유예해서 소프트웨어 교육 방향을 제대로 잡고 교사도 제대로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4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21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에서 청소년들이 3D 프린팅을 체험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한편 행사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부스는 3D프린터가 비치된 부스였다. 쉽게 볼 수 없는 기기인데다 결과물까지 가질 수 있어 학부모와 아이들 모두에게 인기가 좋았다. 이른 시간인데도 20분을 기다려 참여할 수 있거나 예약이 마감돼 더 이상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는 곳도 많았다.

이 가운데 3D프린터와 교육콘텐츠를 융합한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창의융합교육연구회의 3D시간여행 프로그램은 역사교육을 3D프린터와 접목시켜서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의 유물을 직접 모델링 하고 3D프린터로 출력하는 과정이었다.

조진욱 창의융합교육연구회 대표는 “3D프린터 관련 교육 커리큘럼을 보면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았다”며 “3D시간여행은 ‘내 방안의 작은 박물관’이라는 컨셉으로 1년 커리큘럼으로 50개 이상의 유물을 만들어낸다. 내가 출력한 유물이기 때문에 기억하기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무료 모델링프로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아이들이 직접 해볼 수 있다. 조 대표는 “전국 컴퓨터 코딩강사, 학교 과학동아리 쪽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정규수업에 도입하고 싶다고 하는 교사도 있고 자녀의 학교에서 할 수 있는지 묻는 학부모들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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