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최대 순이익 '겉으론 순항'…턱없이 낮은 생산성·위협받는 모바일역량 풀어내야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NH농협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 당기순이익(5127억원)을 기록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지난 4월 연임에 성공한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으로서는 제2기 체제의 첫 단추를 잘 꿴 셈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국민·신한 등 4대 시중은행에 비해선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최근 혁신과제로 내세운 모바일플랫폼과 관련해서도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무서운 속도로 떠오르면서 위협을 받고 있다.

◇제2기 체제 맞이한 김용환호, 상반기 순익은 합격점

지난 2015년 4월 취임한 김용환 회장은 ‘소통·현장·스피드·신뢰’라는 4가지 경영 철학을 내세우며, 농협금융지주에 새 바람을 일으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2분기에는 그간 농협금융지주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던 조선·해운의 심각한 적자를 빅배스 단행으로 다 털어내기도 했다. 빅배스란 과거의 누적된 손실을 일시에 모두 반영해 손실이나 이익규모를 있는 그대로 회계장부에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에는 2000억원의 적자 오명을 썼지만 하반기에는 52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당기순이익 3210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20% 감소했지만 건전성 지표는 크게 개선됐다.

이러한 능력을 인정받아 김 회장은 지난 4월 농협금융지주 설립 이래 첫 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제2기 체제를 맞이한 김용환호는 이후에도 큰 무리없이 순항하는데 성공한다. 지난해 빅배스로 부실을 털어낸 농협금융은 지난 1분기 기준 지주사 출범 후 최대 실적을 거두게 된다. 농협금융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2216억원으로, 이는 지난해보다 147.8% 증가한 수치다.

최근 발표한 상반기 실적 역시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데 성공한다. 농협금융은 올 상반기 512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올해 목표 순이익(6500억원)의 80% 가량을 상반기 달성한 셈이다. 농협금융은 여세를 몰아 하반기 1조 클럽 달성에 도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모바일플랫폼인 ‘올원뱅크’ 1주년을 맞아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등 모바일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원뱅크는 기존 8단계였던 회원가입 프로세스를 5단계로 축소하고, 로그인 시간을 단축했다. 아울러 기존 한 화면에 혼재돼 있던 콘텐츠를 간편뱅크, NH금융통합, Fun&Life 등 3개 항목으로 분류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금융지주 내 계열사의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 가능한 ‘NH금융통합서비스’를 통해 농협은행 계좌조회는 물론 NH투자증권의 계좌와 농협카드의 결제예정금액 등을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여기에 농협경제지주의 A마켓을 연동해 농축산물을 살 수 있도록 유통과 금융을 하나로 연결했다. A마켓은 농협중앙회가 직접 운영하는 농산물 전문 인터넷쇼핑몰이다.

올원뱅크는 출시 1년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순항하고 있는 중이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 임직원 모두의 노력으로 올원뱅크 100만 고객을 달성했고 올해말까지 150만 고객을 달성할 계획”이라며 “지속적으로 올원뱅크를 고도화해 고객에게 더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4대 시중은행과 너무 격차 큰 순이익…금감원 기관경고 등 내부 리스크관리 과제

상반기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김 회장으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단 4대 시중은행과 비교해 농협은행의 순이익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민은행이 상반기 1조2092억원을 기록하며 상반기 순이익 1위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신한은행이 1조1043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은 1조321억원을, 하나은행은 9988억원을 기록하는 등 4대 시중은행 모두 1조원 안팎을 기록했다. 반면 농협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600억원으로 4대 시중은행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특히 1인당 당기순이익을 계산해보면 그 차이는 더 확연히 드러난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신한은행의 전체 임직원수는 1만6791명에 달한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해당인원으로 나누면, 1인당 당기순이익 6576만원이 나오게 된다. 국민은행의 1인당 당기순이익도 6141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협금융의 경우 직원 수 1만6732명 대비 당기순이익이 3600억원대에 불과해, 1인당 당기순이익이 2151만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의 3분의1에 불과한 수치다.

농협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김 회장 입장에서는 4대 시중은행 대비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한 수익을 끌어올리는 것이 현재로서는 급선무인 상황이다.

아울러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1월 예금잔액증명서를 부당하게 발급해 거래처의 자금력을 허위로 부풀려 줬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과태로 1억670만원도 함께 부과됐다.

농협은행은 예금잔액증명서를 부당하게 발급했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농협은행 9개 영업점은 2012년 8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건설업체 등 49개 거래처에 대해 예금잔액증명서를 변칙으로 발급해 줬다.

농협은행은 또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갈아타도록 유도해 역시 기관경고를 받았다. 농협은행 39개 영업점은 2012년 8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보험계약자 42명에게 ‘보험 갈아타기’를 유도했다. 관련 수입보험료만 14억700만원(은행 수수료 수입 4600만원)에 달한다.

이는 내부 리스크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 역시 김 회장이 향후 짊어져야 할 과제다.

김 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모바일 역량 강화도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올원뱅크의 경우 출시 1년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영업개시 13일만에 200만 계좌를 돌파했다. 사실상 모바일플랫폼 부분에 있어서는 비교하기 조차 민망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막 상반기가 지난 시점에서 김 회장이 이끄는 제2기 체제가 나름 순항중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올해에는 당기순이익 1조 클럽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낮은 1인당 생산성은 김 회장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울러 금감원의 기관경고를 올 초에 받은 만큼 내부 리스크관리에도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농협지주 역사상 첫 연임 회장이라는 점에서 김 회장의 능력은 상당부분 검증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상반기 최대 당기순이익 달성은 향후 높은 성과로 기록될 것”이라며 “그러나 4대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여전히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모바일플랫폼과 관련해 인터넷은행이라는 예상치 못한 적수를 만나 고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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