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사장 재임 시절 ‘허위광고’ 혐의…검찰 “알고도 허위·과장 광고 했다” 사실 파악
폴크스바겐 해치백 모델 골프를 들여와 폴크스바겐코리아의 국내 시장 안착을 이끈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이 허위·과장 광고 혐의로 검찰에 추가 기소됐다.
박 사장이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을 맡는 동안 배출가스 조작차량을 수입·판매한 데 더해 골프가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클린 디젤’이란 이름으로 판매에 나섰다는 혐의다.
1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사장이 2005년부터 2013년 8월까지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골프 2.0 TDI를 비롯해 국내에 수입된 폴크스바겐 경유차 15종 4만6317대의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알고도 판매했다고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박 사장이 폴크스바겐 경유차가 실내 테스트와 실주행 테스트에서 현저하게 다른 수치의 배출가스를 내뿜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지난 1월 이미 환경부 시험조건에서만 유로5 질소산화물(NOx) 배출허용 기준을 맞출 뿐 일반주행에선 허용기준(0.18g/㎞ 이하) 초과한 차량을 판매한 이유로 기소됐다.
검찰은 박 사장이 또 배출량 조작 사실을 알고도 “최소한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자랑한다”, “한층 깨끗한 배출가스로 유로5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한다”는 등 거짓 광고를 지속해왔다고 지적한다. 박 사장은 2012년 12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수입된 경유차 1만4379대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으로 거짓 광고를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박 사장은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과 함께 가스 배출량이 조작된 폴크스바겐 경유차를 제대로 된 인증 절차 없이 대량으로 수입·판매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 폴크스바겐 측은 차량이 시험주행 중일 때만 질소산화물을 적게 배출하게끔 설정을 조작한 뒤 인증절차를 불법 통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검찰이 박 사장에 허위·과장 광고 혐의를 추가하면서 재판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사장이 일반주행에선 폴크스바겐 경유차가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을 알면서 유로5 기준 만족 등 발언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모두 파악해둔 상태라 추가 기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폴크스바겐 수뇌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르노삼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박동훈 사장은 2013년 9월 폴크스바겐에서 르노삼성 영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4월 르노삼성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박 사장은 르노삼성에 취임하자마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를 들여와 르노삼성 성장을 이끌었다.
박동훈 사장은 지난해 3월 재차 유럽 시장 대표 중형 세단인 탈리스만을 SM6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들여와 7개월 만에 누적판매 4만대를 넘어서게 했다. 박 사장은 SM6의 모든 마케팅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엔 중형 SUV QM6를 출시했다. QM6는 출시 26일 만에 사전 계약 1만대를 넘어서며 인기를 누렸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박동훈 사장은 폴크스바겐 재임 시절 보여준 파격 행보를 르노삼성에서도 그대로 이어갔다”면서 “박 사장 이후 국내 수입차 시장 1위에 올랐던 폴크스바겐 신화가 배출가스 조작 및 과장 광고로 이룬 허울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 시점에서 르노삼성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