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 증권·은행업무 두루 경험…박재경, 주요 보직 거친 그룹 핵심 인물
차기 BNK금융지주 수장 자리를 두고 후보군에 금융권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지금까지 최종 선정한 회장 후보 인사는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과 정민주 BNK금융경영연구소 대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3명이다. 세 사람을 놓고 금융권에선 김 전 부회장이, 부산은행 내부에선 박 전무대행이 차기 회장에 유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BNK금융 내부에선 회장 선임을 두고 다른 목소리가 부딪히고 있다. 경영 공백기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선 내부 인사가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중 하나다.
반면 BNK금융이 독점적 지배구조, 엘시티 특혜 대출 의혹으로 망가진 이미지를 회복하려면 순혈주의를 버리고 외부 금융 전문인을 통해 조직을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BNK금융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일단 부산은행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회장 인선에 부적격자로 규정하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이 외부 인사일 뿐 아니라 고령의 나이와 오랜 기간 금융권에 떠나 있었다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김지완 전 부회장, 영업·조직관리서 능력 인정받아…노조의 낙하산 반대 극복이 과제
김 전 부회장 측근은 "무슨 근거에서 노조가 건강 이상설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김 전 부회장이 전국 산행을 다닐 정도로 건강에 이상이 없다"며 "영업일선에서 뛰어온 경력을 봐도 노조가 말하는 부적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김 전 부회장이 조직 관리에 있어선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증권 사장 재직 시절 영업환경 개선과 함께 내부조직을 재정비하며 국내 대표 브로커리지 증권사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김 전 부회장은 당시 1조2000억 원 규모였던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을 2조4000억 원까지 성장시켰다.
하나대투증권 시절엔 매년 전국의 영업점을 모두 방문하고 직원 사기를 올리는 등 조직 관리에도 남다른 노하우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전 부회장은 '금융업은 사람이 곧 자산'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사내 직원연수를 강화하고 직원 자기계발 교육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수년간 현업을 떠나 있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전 부회장은 하나금융에서도 은행·증권을 모두 경험해왔고 지금도 회계법인에서 인수·합병 자문 등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부회장은 1998년 부국증권 사장, 2003년 현대증권(현 KB증권) 사장, 2008년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사장과 하나금융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을 지냈다. 부산상고와 부산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세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다만 김 전 부회장은 부산은행 노조 반발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조가 외부인사를 반대한다며 '낙하산 저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부회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이다. 노조는 김 전 부회장이 참여정부는 물론 현 정부와도 인연이 깊다고 분석한다. 이에 노조는 김 전 부회장이 정치권 줄 대기에 힘을 쏟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김 전 부회장과 함께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는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이다. 부산은행 전략기획부 M&A팀장, BNK금융지주 기획부장, 전략재무본부 상무 등 주요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치며 전통 BNK금융인으로 알려졌다.
뛰어난 업무 능력을 바탕으로 성세환 회장 체제에서 승진 가도를 달렸다. 2015년 부산은행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2016년 여신운영본부 부행장, 2017년에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자금시장본부 부행장을 겸임했다.
BNK금융 핵심 부서를 맡았을 뿐 아니라 경남은행 인수 당시 총괄 역할을 맡으면서 그룹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경남은행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에서 박 직무대행을 두고 그룹 핵심 인물로 여긴다"며 "그룹 주요 보직에 있었고 전통 BNK인사기 때문이다. 지방 금융지주사 처음으로 자산 100조 원을 돌파하는데도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직무대행은 핵심 성세환 회장 라인으로 알려져 있다. 성 회장이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 내부 임원에 대한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BNK금융 내부에서 박 직무대행이 회장에 오르길 바라고 있지만 외부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선임되는 것을 극구 반대하는 내부 분위기 때문에 '순혈주의', '조직 혁신 방해'라는 이미지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BNK금융지주 임추위는 17일 최고경영자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BNK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면 최종 후보는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