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5곳, 2016년 31곳 대리점 해지…사업보고서 51곳 감소와 차이
현대모비스가 해외 순정부품 공급 체계 확보를 위해 2년 만에 국내 차량 사후 서비스(A/S)용 부품 대리점 76곳을 잘라낸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모비스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80여곳 가까운 부품 대리점 계약 해지를 위해 대리점 불법 사찰을 지속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소모품 등을 취급하는 현대모비스 용품점을 포함하면 계약 해지 대리점은 150여곳을 넘어 설 것이라고 분석한다. 현대모비스는 2015년부터 A/S용 부품 수출 확대를 위해 국내 대리점의 부품 수출 단속을 강화했다.
14일 시사저널e가 단독 입수한 현대모비스 그레이 인가 해지 유통망 현황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2015년과 2016년 각각 45곳, 31곳 등 총 76곳의 국내 부품 대리점 계약을 해지했다. 그레이 수출은 같은 상품을 공식 판매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반 수출업체를 통해 병행 수출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모비스는 해외 유통질서 혼란을 근거로 그레이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국내 부품 대리점을 잘라내면서 금융감독원에 대리점 계약 해지 사항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모비스는 전자공시시스템에 2015년 분기·반기보고서 및 사업보고서를 올리고 2015년 한 해 동안 국내에 2177곳 부품 대리점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대모비스 그레이 인가 해지 유통망 현황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2015년에만 45곳 국내 대리점 해지했다.
현대모비스는 2016년 들어서야 1분기 2162곳, 3분기 2126곳으로 2015년보다 총 51곳 국내 부품 대리점이 줄었다고 공시했지만, 여전히 현대모비스가 작성한 그레이 인가 해지 유통망 현황 수치와는 차이가 난다. 그레이 인가 해지 유통망 현황에 용품유통망이 제외된 것을 고려하면 현대모비스가 공개하지 않고 계약 해지한 부품 대리점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에 일각에선 현대모비스가 계약 해지 근거로 대리점 불법 사찰 자료를 사용하고 있어 위법 행위 가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15년부터 해외 딜러망 보호를 이유로 부품 대리점의 거래 현장을 촬영하고 대리점에서 보내는 화물차를 추적하는 등 사찰을 강화했다. 제3자에 의한 현대모비스 부품 수출을 막기 위해서다.
현대모비스는 대리점이 계약한 제3자 수출 금지 조항 위반의 증거 확보를 위해 합법적으로 채증하고 있다는 주장이지만,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광범위하게 무단 수집하는 행동은 개인정보 보호법 2조에 따라 명백한 불법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59조에 따르면 정당한 권한 없는 촬영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게다가 현대모비스가 계약 해지한 76곳 국내 부품 대리점은 대부분 현대모비스의 요청에 따라 부품 대리점 사업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현대모비스 국내영업본부 영업직원의 권유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김아무개씨(50)씨는 “국내 현대모비스 부품 유통 후발주자의 수익은 수출로 나올 수밖에 없고, 현대모비스도 이를 알고 대리점을 내줬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업 시작 당시 현금 담보 3억원을 잡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3억 매출이 국내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현대모비스는 당연히 알았고, 부품 수출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지도 서로서로 다 알고 있다”면서 “부품 수출을 용인해주고 현대모비스 거점 사업소는 거점 사업소대로 물량 밀어내기 등 이익을 취해와 놓고선 갑자기 계약 위반이라며 잘라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2015년 해외 일부 지역에서 현대모비스 내수용 부품이 비공식적으로 유통돼 유통질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해외 딜러사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면서 “해외 딜러망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수출행위 발생 유통망에 대해서 불가피하게 계약조항에 의거 계약 해지와 같은 조처를 취해온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