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 되지 않기 위해 가맹본부들 상생 앞다퉈 공약
언제부터 상생이 전면에 섰을까.
메일함에 ‘상생’을 검색하면 해당 키워드를 품은 갖은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가맹본부들이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경영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제야, 최근에야.
갑질하는 가맹본부를 엄단하겠다는 공정위의 잘 벼린 서슬 탓에 최근 유통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점주 챙기기’가 됐다. 혹시 모를 점주와의 불화설로 모난 돌이 되어 정 맞게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일까. 사실 가맹점주와 이렇다 할 갈등이 없는 가맹본부 역시 앞다퉈 상생을 약속하고 나섰다. 시류에의 응답이다. 그것도 아주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일단 편의점 업계가 적극적이다. 최저임금 인상 탓에 최근 부쩍 가맹점주의 부침이 자주 거론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이달 4일부터 8일까지 경영주의 자녀 200명을 초청해 전국 4개 지역에서 행복충전 여름캠프를 진행했다. 일에 치여 방학기간동안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경영주의 고충을 달래기 위함이다.
사실 이번 캠프는 최근에야 생겨난 행사가 아니다. 2014년부터 4년째 여름과 겨울마다 진행돼 왔지만, 올해에는 그 범위를 넓혔다. 기존 1개 지역에서 진행하던 것을 4개 지역으로 확대했고, 참여 인원도 100명에서 200명으로 늘렸다.
GS25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점주들의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는 데 대한 비용 절감책을 내놨다. 매년 최저수입 보장금액(400억원) 및 심야 운영 점포 전기료 지원금(350억원) 등 상생지원방안으로 직간접비용만 9000억원 이상을 들이기로 한 것이다.
지역상권 죽인다며 곳곳에서 출점 반발에 맞닥뜨리는 이마트는 노사상생 선포식을 가졌고, 중소 협력사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돕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통시장 내에 노브랜드 매장이 입점하는 ‘상생스토어’는 지난해 당진 1호점을 시작으로 벌써 3호점이 나왔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에서도 단연 적극적이다. BBQ치킨은 영업비밀이라 할 수 있는 유통 마진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하게도 했다. 파격적이다.
점주들은 당연히 반긴다. 이제야 반기며, 이제라도 반길 수 있게 됐다.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공정위 이슈가 생기기 이전을 돌이켜봤을 때, 본부 차원의 상생 노력은 거의 없었다. 점주들의 의견에 본사의 반응은 무시, 압박, 회유 등으로 나눠졌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많이 바뀐걸 느낀다. 본사 점주 간 상황의 변화로 지금 분위기를 순응하지 않으면 조사 등 시범케이스가 될까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무성한 상생들 속에서 중요한 건 결국 지속이다. 지금이 정권 초기이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점이다. 상생의 흉내만 좀 내다가 이후 슬금슬금 발을 빼는 일은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