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억제책만으론 한계…가격 통제와 새로운 공급 대책 제시해야
그렇다면 정부는 앞으로 어떤 정책으로 화답해야 할까. 답은 새 정부 출범 후 나온 두 번의 정책에 대한 반응에서부터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현재로선 8.2 부동산 대책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급등하던 강남 집값이 조금은 안정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상당히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반해 앞서 나온 6.19 대책은 한 마디로 완전히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다. 대책 발표 후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급등했고,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처음 실패한 정책을 딛고 내놓은 두 번째 정책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은 것은 정부가 과거와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6.19 대책은 한 마디로 국민이 요구하니 업자들 눈치를 보면서 마지못해 내놓은 것 정도로밖에는 여겨지지 않았다. 대책의 골자란 게 고작 중개업소를 단속한다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8.2 대책은 “집값이 폭등하면 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포기한다”는 설명에 걸맞게 무주택 서민의 입장에서 ‘아파트 사재기’를 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여러 수요억제책을 한꺼번에 쏟아내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극적인 효과까지 거뒀다.
그렇지만 정부가 그걸로 만족하고 만다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게 뻔하다. 강남 집값을 잡는 것으로 무주택 서민들에게 내집을 안겨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주택 서민들은 강북은 고사하고 수도권에서조차 내집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금 집값은 맨바닥에서 출발하는 서민들에겐 너무나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책은 무주택 서민들의 기분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들에게 진짜 희망을 주기엔 너무나 미흡하다. 특히 집값 부담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넘어서 결혼조차 미루는 이 나라 청년들에게 정상적인 삶을 돌려준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대책은 거의 무대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유세 거론되나 하책에 불과
그런 점에서 정부는 추가로 내놓을 대책에 어떤 것을 담아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여기서 정부는 기존의 관점을 뛰어넘어야 한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부동산 대책을 수요와 공급에서만 찾으려고 한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도 그런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선 그 연장선에서 다음에 내놓을 정책으로 참여정부가 만든 보유세를 거론하고 있다. 현 정부 지지층 중에도 8.2 대책에서 보유세 강화를 담지 않은 점을 마뜩치 않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런 추론을 가능케 한다. 집을 투기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이를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보유세 강화는 부자들을 괴롭혀 가난한 이들의 불만을 달래는 편가르기식 하책에 불과하다. 그게 일시적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정부는 국민들이 왜 8·2 부동산 대책을 지지했는가를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 국민은 서민들이 큰 부담 없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집값을 낮추는 것을 바라고 있다. 젊은이들이 꿈을 갖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 정상적인 나라를 원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공급을 늘려야만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견 옳은 얘기인 것 같다. 그런데 공급이 늘었는데 집값이 올라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었는데도 집값이 뛰는 건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정도를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그 답이 보인다. 답은 전국의 많은 개발사업자들이 갑부가 됐고, 또 많은 업체들이 여전히 주택건설에 뛰어드는 데에 있다.
아파트 값이 폭등하던 참여정부 때 철강이나 중공업은 물론이고 섬유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업종의 업체들이 아파트 건설에 뛰어들었다. 값을 수급이 아닌 공급자가 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수요공급이 결정하는 시장에 맡기려면 수요가 있는 만큼 공급이 나오는 완전경쟁 상황이어야 한다는 점은 경제학의 기본만 배워도 아는 상식이다. 청약경쟁률이 50대 1, 100대 1의 상황이 지속되는 나라에서 가격을 시장에 맡긴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간 게 국민들이 부동산을 사재기하도록 만든 유인이었기에 정책의 첫 단추를 잘못 채운 셈이다.
부동산 시장은 살려야 한다는 정책 당국자들의 강박관념 또한 바로잡아야 한다. 과도한 집값 때문에 미래를 담당할 젊은이들이 꿈을 잃어버렸다면 그들에게 꿈을 돌려주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 집이 부담되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데 필요하다면 시장을 깨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 전세 인센티브도 고려해야
분양시장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의 주택정책도 손질해야 한다. 정부는 특히 임대주택 정책에서 전세가 완전히 빠져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과거 개발경제 시대에서 전세는 무주택 서민들이 내집 마련으로 가는 징검다리였다. 서민들이 어려운 가운데도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내집이 생긴다는 희망과 그 징검다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건설업체 도와주는 전세자금 지원보다는 개인들이 전세시장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걸 우선 고려해야 한다. 전세를 놓거나, 전세금을 올리지 않을 경우 세금을 감면하는 등의 인센티브도 검토해야 한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쉐어하우스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대상이다.
정부는 과거의 정책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 국민이 기뻐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국민에게 꿈을 줄 것인가, 아니면 빼앗을 것인가. 그 선택은 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