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누증·부동산 규제·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 리스크 혼재…"기준 금리 어느 쪽으로 움직이든 부작용"

 

한국경제에 다양한 위험이 혼재되고 있어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사진=뉴스1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 어려움이 한층 더 가중되고 있다. 어느 한 쪽으로 기준 금리가 움직이더라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까닭이다. 가계부채를 잡자고 기준 금리를 올리게 되면 이제 막 군불을 땐 경기가 자칫 식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다고 완화적 통화 기조를 유지하자니 가계부채 누증, 내외 금리차 확대 등이 눈에 밟힌다. 부동산 규제 정책, 지정학적 위기 등 성장 경로에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어 한국은행의 대응이 어떻게 이뤄질 지 주목된다.

◇ 가계부채 문제, 기준 금리 인상으로 작용하나

가계 부채 누증이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7일 해외경제포커스에 게재된 ‘글로벌 부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8%로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제약할 수 있는 과다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가 밝힌 세계적 연구기관들의 가계부문 레버리지(빚을 내 투자하는 것) 과잉 기준은 GDP 대비 75∼85%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됐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리스크는 현재 더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40조3000억원이다. 가계대출 규모가 급증했던 지난해 상반기(50조4000억원) 보다는 20% 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예년(2012~2014년 상반기) 평균인 15조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증가폭이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종합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통화정책도 이에 합을 맞춰 기준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화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가계부채의 지속적인 상승세는 완화적 통화기조를 유지하는데 상당한 부담요인”,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때 부담이 되는 최대 위험요인은 주지하듯이 가계부채” 등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한국은행은 줄곧 하나의 요소로만 통화정책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과 대외적인 요소를 고려해 기준 금리를 움직인다는 방침이다.

◇ 불확실성 커진 한국경제, 한은 고민 깊어진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경기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점이다. 수출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소비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 게다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성장 경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불확실해졌다. 대외적으로는 보호 무역 강화, 동아시아 정세 불안 등이 가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섣불리 기준금리를 움직였다가 자칫 찬물을 부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잘나가던 생산 부문이 주춤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KDI 경제동향’에서 “산업생산 개선 추세가 둔화되는 등 한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 이후의 경기개선 추세가 다소 약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6월 기준 전산업생산(잠정치)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4월(3.5%)과 5월(2.6%)에 이어 증가폭이 축소된 것이다.

소비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국내 경기와 관련된 소매판매액은 올해 6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5월(1.5%)에 견줘도 증가폭이 낮아진 것이다. 6월 소비 속보지표를 보면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줄었다. 백화점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도 올들어서 5월까지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경제는 최근 부동산 활황을 통한 건설투자로 성장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난해의 경우 건설투자의 GDP 성장 기여율은 56.6% 수준이었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가 강하게 들어가게 되면 외형적인 성장은 다소 주춤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 거시경제 연구원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지속, 보호무역 강화, 동아시아정세 불안 등 대외적인 요인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요소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선 한국은행이 쉽사리 기준금리를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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