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및 세금 포탈 혐의도…사측 “경영공백 없다” 강조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리베이트 제공과 횡령, 세금 포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던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이 결국 구속됐다. 이로써 동아제약그룹은 창립 85주년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7일 오전부터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날 오후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을 구속 수감했다

 

이번 강 회장 구속은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당초 일각에서는 구속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강 회장이 도주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 크지 않았고, 그동안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주요 제약사 오너가 구속된 사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는 과거와 달랐다. 강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회사 자금 720억원을 빼돌려 이중 55억원을 의약품 판매 촉진을 위해 병원에 리베이트로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여기에 170억원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즉, 법원이 과거 리베이트만 적발됐던 다른 상위권 제약사 오너와는 죄질의 급을 다르다고 판단한 셈이다. 일단 금액도 큰 데다, 회사 자금 횡령 혐의와 세금 포탈 혐의가 추가됐다

 

이에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은 지난 627일 강 회장을 소환 조사한 지 한 달여 만인 이달 2일 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구체적 혐의는 약사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조세포탈 등이다.

 

강 회장 구속으로 경영공백 있나=동아쏘시오홀딩스는 동아제약그룹의 지주회사다. 지난 2013년 동아제약에서 분사된 후 지주사로서 자회사 관리와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을 비롯한 신규사업 투자 등 업무를 담당해왔다

 

당장 강 회장 구속으로 인해 동아쏘시오홀딩스 경영에 공백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종현 사장 등 기존 경영진이 수습에 나섰기 때문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도 “2013년 이후 그룹의 각 사가 독립적 효율적 경영을 해왔기 때문에 경영공백은 적을 것이라며 최근 정체기를 겪고 있지만 전문경영인체제가 가동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강 회장 공백은 동아쏘시오홀딩스만 아니라 그룹 전체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가 동아제약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오너인 탓이다50대인 강 회장은 지난 1월 취임을 전후로 계열사 사장단을 40~50대로 일괄 선임하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리베이트 의혹에 발목을 잡혔다.

 

회사 이미지 추락, 직원 사기도 바닥=이번 리베이트 사건은 횡령과 세금포탈이 겹치며 동아제약그룹은 물론 제약업계 전반까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미 3년여에 걸친 리베이트 수사로 인해 국민들에게 동아제약은 불신의 대상으로 각인됐다. 그룹에서 일반의약품 제조와 판매를 담당하는 동아제약은 지난 6월 중순 경부터 TV를 통해 박카스 이미지 광고를 진행 중이다. 잦은 야근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아빠가 딸의 "또 놀러 와"라는 말 한마디에 충격을 받고 열심히 일해 일찍 퇴근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렇지만 이번 강 회장 구속은 TV 광고로 쌓아올린 동아제약의 긍정적 이미지를 무색케 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이 국민들로 하여금 동아제약을 부패하고 파렴치한 기업으로 인식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932121일 당시 동아제약으로 설립된 현 동아제약그룹은 그룹이란 단어가 어색할 정도로 직원들 사기가 떨어질 만큼 떨어진 상태다2015년부터 진행된 부산지검의 리베이트 조사는 올 3월 동아제약 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절정을 맞았다. 당시 압수수색은 2주 동안 진행됐다. 120여명 임직원이 소환되는 등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하며 사내 분위기는 참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ST 매출도 급락=동아제약그룹에 대한 리베이트 수사는 전문의약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동아ST 매출에 직접적 영향을 줬다.

 

실제 공시에 따르면 동아ST 2분기 매출액은 132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4% 추락한 38억원을 기록했다그동안 동아ST 리딩품목이었던 스티렌은 전년대비 41.4% 감소한 50억원에 그쳤다. 기능성소화불량치료제인 모티리톤 역시 12.1% 감소한 52억원에 머물렀다.

 

스티렌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까지 리딩품목 자리를 지켜오며 한때 매출 800억원대를 구가했던 대형품목이었다. 그렇지만 제네릭(복제약) 경쟁과 동아ST 리베이트 수사 여파 등으로 올 상반기 101억원대 매출로 급감했다이에 올 상반기 동아ST는 매출 2656억원, 영업이익 8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각각 11.3%, 56.3% 감소한 수치다.  

 

서울 본사도 분주=이번 강 회장 변호는 법무법인 광장이 맡았다. 광장은 대기업 총수들 변론을 주로 맡아온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이다강 회장의 변호사들은 지난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7일로 연기하며 시간을 벌었다. 자체적으로 이번 사건 대책을 강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 소재한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ST, 동아제약 임직원들은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다. 이들은 지난주 여름휴가를 마치고 7일 업무에 복귀했다. 그렇지만 실질적인 그룹 총수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이날 회사 내부는 부산의 법원 상황을 체크하며 긴박하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녁에도 임원들과 핵심 직원들은 퇴근하지 못하고 대기 상태였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7일 내내 인터넷 등을 통해 강 회장의 구속 여부를 체크했다“강 회장 구속으로 이제 제약업계는 좋든 싫든 변화의 시기에 접어드는 게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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