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조작 논란으로 독일차 부진…랜드로버에겐 시장 확대 호재
수입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배출가스 담합 논란으로 지난달 독일차 판매량이 급감하고, 독일서 리콜 조치된 포르쉐 카이엔은 아예 시장에서 퇴출됐다.
반면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한 랜드로버 올 뉴 디스커버리는 안정된 판매량을 기록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랜드로버가 올해 하반기 또 다른 중형 SUV 레인지로버 벨라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독일차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7일 수입자동차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수입 중형 SUV 모델들이 일제히 부진했다. BMW X5는 여전히 시장 1위를 지켰지만 전달보다 판매량이 반토막이 났다. X5는 지난달 184대가 팔려 52%나 감소했다. BMW X6 역시 마찬가지다. 43.6% 줄어든 141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렉서스 RX, 지프 체로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각각 120대, 114대, 100대 팔려 지난달보다 18.9%, 3.4%, 51.9% 판매량이 줄었다.
배출가스 담합 논란이 BMW X5, X6 판매량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독일서 터진 메르세데스-벤츠 배출가스 조작 논란은 BMW, 폴크스바겐, 포르쉐 등 독일 자동차 업체 담합 사태로까지 번지며 국내 전체 독일차 판매량을 끌어내렸다.
실제 지난달 독일차 판매량은 전달 대비 34.7% 감소했다. BMW 역시 3188대 팔리는 데 그쳐 전달보다 42.1% 줄었다.
특히 포르쉐 카이엔은 시장에서 완전 발을 뺐다. 카이엔은 지난달 독일서 배출가스 조작이 밝혀져 리콜과 함께 인증취소 명령이 떨어졌다. 포르쉐코리아는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서 국내서도 카이엔 디젤 모델 출고를 정지했다.
카이엔은 지난달 69대 팔리는데 그쳐 전달보다 판매량이 48.5%나 줄었다. 지난 6월부터 배출가스 조작 논란에 휘말린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 틈을 랜드로버 올 뉴 디스커버리가 시기적절하게 치고 들어왔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한 디스커버리는 165대가 팔리며 BMW X6를 제치고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BMW X5와도 19대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이미 출시 전부터 사전계약이 700대를 넘어섰다”며 “아직 계약된 모든 차량이 고객에게 인도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도 안정된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BMW 부진과 포르쉐 카이엔 판매중지로 랜드로버가 중형 SUV 시장 확대 호재를 잡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중형 SUV 시장 수축은 단기적 현상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시장이 다시 확장할 가능성이 높은데, 레인지로버 벨라가 출시되면 하나의 제품군을 형성한 랜드로버가 유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선 독일차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타사의 반사이익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도 전망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X5, X6, 카이엔 수요가 디스커버리로 넘어갈 수 있는 타이밍은 맞다. 그러나 디스커버리가 얻는 반사이익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급 프리미엄 차종으로 올라갈수록 차별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디스커버리는 이미 국내에서 많이 팔려 희소성이 높지 않다는 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