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배럴당 50달러 회복 초읽기…증산 가능성 부각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를 앞두고 국제 유가가 갈림길에 섰다.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모두 감산 협약에도 증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고, 미국산 셰일오일도 유가 강세가 이어질 경우 증산이 확실시되고 있다.
3분기 들어 회복세를 기록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5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WTI 선물은 지난 4일 기준 배럴당 48.95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는 이미 배럴당 50달러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올해 1분기 WTI 기준으로 평균 52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올해 2분기 이후에 비해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그러나 3월 약세가 나타난 이후 2분기 내내 등락하며 하락하는 흐름을 이어갔고 WTI와 두바이유, 브렌트유 모두 40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3분기 들어서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그러나 50달러를 기준으로 심리적 부담감이 확대되고 있다.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수요 확대와 공급 축소가 필요한데 일단 OPEC 회원국의 감축안에도 수출물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OPEC 감축에도 수출물량 증가
OPEC에 따르면 14개 회원국의 지난 7월 원유 수출량은 2611만 배럴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수출량인 2574만 배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달새 37만 배럴이 늘어난 셈이다. 내부적인 사정으로 감산에서 예외를 인정받았던 나이지리아가 26만 배럴 가량 증산한 것을 감안하면 이외에도 11만 배럴이 늘었다. 주로 아프리카 산유국들의 생산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은 일부 회원국의 감산 협약 불이행을 점검하고 있다. 오늘부터 8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OPEC 회동에서 회원국과 비회원국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모여 감산 협약 불이행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강력한 처방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OPEC의 14개 회원국에 포함되는 나이지리아와 알제리, 앙골라, 가봉 등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이 7월에만 100만 배럴 가까이 수출량을 늘리면서 OPEC 감산 이행 효과가 떨어지는 모습"이라며 "비중동권 국가들의 감산 이행에 어떤 협의가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OPEC 감산 불이행의 또 다른 원인으로 미국 셰일오일을 들고 있다. OPEC의 고통 분담으로 원유 공급량이 줄어 유가가 상승하면 셰일 오일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 셰일 오일의 지난 6월 일일 생산량은 943만 배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오른 수준이다.
◇셰일오일 생산 증가 부담…유가보다 정제마진에 촉각
미국 셰일유의 생산이 급증하면서 투자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국제유가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내년 국제유가를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고 모건스탠리도 배럴당 50달러 이하를 유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현재 미국 셰일 오일의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국제 유가가 5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는 상황이 이어지면 셰일오일의 생산량도 공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유 업계에서는 유가하락 보다는 정제마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가가 급격히 하락했던 지난 3월 정제 마진 축소를 경험해서다. 지난 3월말 WTI라 배럴당 50달러 중반에서 40달러대로 하락하는 동안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6달러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유가 변동은 정유 업계에서 일상적인 이벤트지만 정제마진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방향성이 계속 바뀌는 것보다는 상승이면 상승 추세가 완만하더라도 지속되는 것이 마진 확보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