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개입한다지만 미지수…삼성전자 독주체제 탄력

이미지=셔터스톡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지지부진하다. 좀처럼 매각 결론이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코앞에 서있는 도시바로서는 한시가 급하지만 상황은 그대로다. 일본 정부 개입소식까지 들려왔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낸드플래시 2위 쟁탈전이 1위 추격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던 전망도 무색해졌다. 업계 1위 삼성전자의 독주체제도 힘을 받게 됐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시바가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주도하는 한‧미·일 컨소시엄(한미일 연합)을 선정한 지 50여일이 지났다.

이 컨소시엄에는 산업혁신기구와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한국의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돼 있다. 당초 도시바는 선정이 이뤄진 같은 달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본계약을 체결한다고 예고했었다.

이 와중에 도시바는 8월부터 도쿄증권거래소 2부로 강등됐다. 2부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주를 이루는 곳이다. 도시바가 2부로 강등된 건 도쿄 증시 상장 68년 만의 일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불리던 도시바로서는 치욕적인 사건이다. 

 

만약 도시바가 올해 회계연도가 끝나는 2018년 3월까지 채무초과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상장폐지 수순에 이르게 된다. 매각이 한시가 급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돌파구가 마땅치 않다. 본계약 건은 감감무소식이고, 되레 미국 WD와의 법정 이슈만 부각됐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 주 고등법원은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WD가 제기한 도시바메모리 매각 중단 가처분 소송 2차 심리에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도시바가 웃을 상황은 아니다. 법원에서 도시바에 매각 완료 2주 전 WD에 통보하도록 명령했기 때문이다. 도시바도 이 명령을 받아들였다. WD가 현실적인 변수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아직 국제중재재판소에서의 법정 다툼도 남아있다.

상황이 꼬이자 일본 정부까지 나섰다. 6일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몇 주 간 일본 정부는 도시바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개입 수위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각국의 독점심사 시간까지 고려하며 늦어도 이달 안에 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상황이 일본 정부만으로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인 탓에 별다른 효과가 없으리라는 해석이 많다.

설사 한미일 컨소시엄이 본계약을 체결해도 문제다. 벌써부터 관련 법 체계를 활용하고 있는 WD가 반독점을 고리 삼아 전 세계 각국에서 클레임(claim)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SK하이닉스가 의결권을 포기하고 자금 융자형태로만 참여하는 게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서는 SK하이닉스가 애초의 ‘방어용’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이 선택지를 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SK 내 수뇌부의 의지가 굳어 의결권 포기보다 하향조정으로 돌파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앞서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12일 ‘나노코리아 2017’에서 자금만 대고 지분인수를 안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지분 인수를 계속 얘기하고 있다. 계속 협상 중”이라면서 “도시바와 어떻게 윈윈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바 매각을 계기로 낸드플래시 2위 쟁탈전이 뜨거워지리라던 당초 전망도 무색해졌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11.4%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컨소시엄 합류가 사실상 중국 업체의 진입을 방어하는 효과가 있었다. 또 점유율 15.5%(1분기 기준)인 WD로의 매각을 막은 점도 호재로 꼽혔었다. 장기적으로 2위 반등을 목표로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상황 자체가 유동적으로 변했다. 그렇다고 도시바 메모리가 극적으로 WD 손에 넘어갈 가능성 또한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동안 낸드플래시 시장구도가 별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와중에 업계 1위 삼성전자(36.7%)는 대항마 없는 독주체제를 갖추게 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정전환을 통해 초격차 전략을 쓰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이고 있다. 업계서는 삼성전자가 예고한대로 평택공장 추가 투자와 중국 시안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을 10% 이상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과반점유율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의미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