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서비스와 금리서 혁신 돋보여…'불통 마통' '먹통 문의전화'는 '준비 안된 은행' 실감케

카카오뱅크 대출은 사실상 먹통인 상황이다. / 사진=원태영 기자
최근 금융업계의 최고 이슈는 단연 ‘카카오뱅크’ 열풍이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일주일만에 신규 계좌 개설 150만건, 체크카드 발행 100만건을 돌파했다. 고객들이 카카오뱅크에 맡긴 돈(예·적금)은 6530억원, 카카오뱅크로부터 빌린 돈(대출, 실행 금액 기준)은 4970억원에 달한다.

평소 ‘얼리어답터’임을 자부하던 기자도 카카오뱅크 열풍에 동참했다. 먼저 앱스토어에 접속해 카카오뱅크앱을 다운받았다. 카카오뱅크앱의 첫 인상은 ‘깔끔하다’였다. 평소 사용하던 다른 시중은행앱들에 비해 깔끔한 화면과, 카카오 특유의 노란색이 인상적이었다.

◇직관적인 UI 등 사용자 편의성에서는 높은 점수

카카오뱅크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상당한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평소 앱을 자주 사용하는 젊은층은 물론 앱 사용에 익숙지 못한 사용자층을 고려해 상당히 직관적으로 설계돼 있었다. 특히 이체 부분에 있어, 굉장히 단순하고 간편했다. 다른 시중은행 앱들의 경우, 공인인증서 로그인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것과 대조됐다.

카카오뱅크는 바탕화면에 있는 이체 버튼만 누르면 바로 다른 사람에게 돈을 이체할 수 있었다. 특히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에게 바로 이체할 수 있는 기능은 인터넷은행의 장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특징적인 서비스로 느껴졌다.

하루만 맡겨도 연 1.2% 이자를 지급하는 계좌 속 계좌인 세이프박스도 참신한 서비스였다. 세이프박스의 UI 역시 굉장히 직관적이다. 자신의 계좌 잔고를 표시하는 세로 형태의 슬라이더 바를 터치해 금액을 조정하면 최대 500만원까지 세이프박스에 넣어둘 수 있다. 마치 온라인게임속 창고에 돈을 넣어두는 기분이었다. 은행앱 특유의 딱딱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예금과 적금 역시 터치 몇번으로 쉽게 신청할 수 있었다. 특히 제1 금융권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예·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카카오뱅크의 적금과 정기예금 금리는 연 2.0%(1년 만기, 세전)다. 적금가입, 급여이체, 통신비 자동이체 같은 복잡한 우대조건도 없다. 정기적금은 자동이체를 걸면 0.2% 포인트 추가 금리도 준다. 급전이 필요하면 정기예금이나 적금을 해지하지 않고 필요금액만 꺼내 쓸 수도 있다.

대출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대 한도가 1억5000만원인 직장인 마이너스 통장 대출과 신용대출의 최저금리는 연 2.84%다. 시중은행들보다 1~2% 포인트 저렴하다. 대출 신청부터 평균 60초 이내에 휴대폰 본인 인증만으로 간편하게 소액 마이너스 통장대출을 받을 수 있는 ‘비상금대출(만19세 이상, 최대한도 300만원)’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대출 서비스 역시 직관적인 UI와 더불어 자주하는 질문 등을 하단에 배치하는 등 기존 앱들의 불편 사항을 대폭 개선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기존 앱들이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이었다면, 카카오뱅크는 부드럽고 산뜻한 느낌을 제공한다.

◇끝나지 않는 대출 먹통…고객 응대는 낙제점

문제는 이러한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자는 카카오뱅크에 가입한 후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받으려고 시도해봤다. 그러나 가입이후 3일동안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대출 신청자가 너무 많아 다시 시도해달라는 메시지만이 무한 반복됐다.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보니, 대다수 가입자들이 기자와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었다. 대출에 성공한 가입자의 경우, 몇시간동안 수백번 넘게 클릭을 한 끝에 겨우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카카오뱅크 고객센터는 문의 폭주로 연결되지 않았다. / 사진=원태영 기자

이는 기존에 카카오뱅크가 강조하던 빠른 서비스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기자는 전화 문의와 카카오톡 문의도 시도해 봤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사실 이는 카카오뱅크 열풍과 함께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1주일만에 150만계좌를 돌파한 것에 비해 카카오뱅크의 서비스전담 인력은 수백명 규모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명 규모로 동시다발적인 문의를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자는 대출과 함께 전화 문의를 포기했다. 낮은 대출 금리를 강조하던 카카오뱅크의 대출은 기자에게 있어 ‘그림의떡’과 같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응대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시중은행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카카오뱅크가 이러한 부분에선 아직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비대면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기에 오류 등에 있어 기존 시중은행보다 민감하다.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 서비스가 사실상 먹통인 상황에서, 이를 문의할 고객센터마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이러한 서비스 지연이 계속될 경우, 고객과의 신뢰는 급격히 깨지게 된다.

체크카드 발급이 늦는 점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받기 까지는 평균 한달가량이 소요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그 자리에서 직접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카드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를 해결하는 과정도 시중은행보다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카카오뱅크가 금융업계에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빠르고 편한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카카오뱅크가 지금의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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