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인-수요자 눈치싸움 본격화…꿋꿋한 은마·주춤하는 반포·쑥대밭 개포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 사진=뉴스1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2주차를 맞았다. 지난주 상당수 공인중개업소가 휴가철이어서 시장반응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번주는 업무현장에 복귀한만큼 서서히 대책발표에 따른 파장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대책 타깃이 된 재건축 투자수요가 정부 의도대로 매물을 내놓을지, 버티기를 계속할지 여부다. 중개업소들을 점검해보면 지금까지는 급매물이 쏟아지는 곳도 있지만 잠잠한 곳도 있는 등 사업장별 처한 사정에 따라 국지적 현상에 그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위기 차이는 사업장별 재건축 진행속도에 기인한다. 이번 정책발표에 따라 기본적으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됐다. 다만 예외적으로 지위양도가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 첫 번째 사례는 재건축 사업의 추진단계 중 초기에 해당하는 ‘조합설립을 인가받지 못한 사업장’이다.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이에 해당해 아무런 제약없이 매매 가능하다.

이 두 사업장은 이번 대책으로 매매에 규제가 생긴것도 아니고, 당장 재건축 진행 이슈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상황은 잠잠한 편이다. 압구정 미래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스컴에서는 시장에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압구정은 다르다. 1~2년 내에 뭐가 되길 바라고 매수하는 이들이 아니고, 정책이라는 것도 돌고도는 거라서 시장이 당장의 정책 바람을 타지 않는다. 꾸준히 기다리면 상승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급매물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치동 허준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은마는 소위 직격탄을 맞은 단지는 아니어서 급매로 내놓는 소유주가 없다. 아직까지는 대책의 영향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시세 변동도 없다. 반면 급매물이 나오면 매수하려는 대기수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거래규제가 자유로운 단지들은 아직까지 대기수요가 꽤 있는 편이지만 정부의 대책에 사업진행속도가 애매하게 걸쳐져 있는 단지들은 급매물 출현으로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재건축 진행속도가 늦은 단지와 함께, 정부는 ‘조합설립 후 2년 내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고 2년 이상 소유한 자’, ‘사업시행인가 후 2년 내 착공하지 못하고 2년 이상 소유한 자’와 같은 재건축 추진이 더딘 사례의 조합원 지위 양도를 예외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2년이 지난 상황이어서 정부가 허용한 두번째 지위양도 허용 사례에 해당한다.

다만 정부는 다음 달 법 개정을 통해 현행의 예외사유를 보다 강화할 예정이다. 지연 시기와 소유 조건을 1년씩 늘려 ‘조합설립 후 3년 내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고 3년 이상 소유한 자’, ‘사업시행인가 후 3년 내 착공하지 못하고 3년 이상 소유한 자’에 한해 예외가 인정된다. 즉, 다음달 이후로는 이들 사업장에 집을 보유한 소유주들도 거래가 전면 금지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애매한 상황에 처해있는 두 단지에서는 급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반포동 대한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달 말만 해도 반포주공1단지 전용 84㎡형 시세가 28억원 대였지만 정책 발표로 급매물이 출현하면서 26억원대로 떨어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반포동 경남아파트 역시 154.7㎡가 지난달보다 2억 원 낮은 가격에 매매됐다.

한편, 왕성한 거래가 이뤄지던 차에 이번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곳도 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시영을 비롯한 개포주공 저층 단지(1~4단지)다. 이 곳은 1단지를 비롯한 대부분 사업장이 관리처분인가까지 다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빠른 추진속도로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게 확실시되면서 최고의 재건축 투자처로 선호돼왔다.

그러나 지난 3일부로 거래가 전면 금지됐다. 실거래 목적의 매수가 아닌 이상 8·2 부동산 대책의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업장이 된 것이다. 개포동 M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휴가를 마치고 이번주부터 영업을 해야 하지만 소유주의 이민, 질환 등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거래가 전면 금지됐다. 중개업소들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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