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때 "내년 시행" 밝힌 김동연 부총리 “고민중”…시민단체 "성역없는 과세" 촉구

정부가 종교인 과세 추진에 대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내년 세법개정안에 종교인 과세 내용을 담지 않으면서 종교인 과세 시행을 정했음에도 김동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지난 6월 인사청문회 후보자 서면답변서에서 “(내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던 김 부총리는 ​“고민중”이라고 한발 물러선 상태다. 개신교 일부를 제외한 종교계는 내년 시행을 찬성하고 있고 시민단체들도 성역없는 납세를 강조하며 내년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종교계 내부 반응은 갈리고 있다. 중도·진보 성향의 교단 및 연합체는 종교인 과세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교인 과세 2년 유예하기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5일 종교계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과세에 대비한 교육에 나서는 등 수용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반대하는 쪽은 유예를 기대하며 정치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김 부총리가 “시행하더라고 어떤 식으로 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힌 탓이다.

김 부총리 발언만 두고 보면 내년 종교인 과세 시행 여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종교인 과세는 2015년 말 국회가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당시 기재부는 필요경비 공제율을 차등화해 소득이 많은 종교인에게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정부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교단별 온도차가 뚜렷해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국내 최대 교단 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예장통합)은 과세에 동의, 지난해부터 전국 6개 권역에서 세미나를 열고 노회별 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와 한국불교의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도 과세에 찬성하고 있다. 천주교는 1983년 납세 논의를 시작해 이미 1994년부터 개별 신부의 월급에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현재 조계종은 종단 산하 복지·교육기관에서 일하는 스님은 세금을 낸다.

반면 보수 개신교계는 졸속으로 법을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정부나 종교인 모두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과세가 시작되면 국세청이 교회의 재정을 간섭하고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세금을 낸다는 이유만으로 생겨날 사이비 종교 등장마저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진표 의원은 과세 시행의 2년 유예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종교인 과세 시행을 2020년으로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국세청에서 과세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후 종교인 과세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들도 "납세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며 종교인 과세를 더이상 미루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달리 내년 법 시행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가 종교인 과세 유예 반대를 외치고 있다. /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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