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산운용, 펀드 출시 1주일만에 900억원 모아…터줏대감 메리츠와 수익률 경쟁 '후끈'
펀드 업계의 두 대가인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과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중소형주 펀드 시장에서 격돌한다. 지난 5월 신영자산운용 대표직에 올라선 허 사장은 취임 후 첫 펀드로 중소형주에 집중투자하는 펀드를 내놨다. 대형주 위주 장세에서 소외됐던 중소형주가 이제는 가치를 발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존리 대표의 중소형주 펀드가 큰 도전에 맞닥뜨리게 됐다. 메리츠자산운용의 중소형주 펀드는 그동안 순수 중소형주 펀드 부문에서 판매량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특히 최근엔 지난해 저조했던 수익률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투자자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형주에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두 대표의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과 판매량이 어떤 모습을 보일 지 주목된다.
◇ 신임 허남권 대표, 중소형주 펀드로 출사표
조용했던 펀드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펀드 명가 신용자산운용의 수장인 허 사장이 중소형주에 방점을 찍고 출사표를 낸 까닭이다.
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자산운용은 지난달 24일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신영마라톤중소형주펀드’를 출시했다. 이는 허 사장이 신영자산운용 대표직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낸 펀드로 최근들어 중소형주가 저평가됐다는 그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이 펀드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 펀드는 저평가 가치주에 설정액 60% 이상을 투자한다. 종류는 일반형과 성과보수형으로 나뉜다. 일반형은 A클래스 기준 총 보수로 1.33%를 거둬간다. 성과보수형은 기본 운용보수 연 0.20%에 수익률이 5%를 초과하면 초과수익 10%를 성과보수로 가져간다.
눈길을 끄는 점은 허 사장이 책임 운용역으로 이 펀드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이다. 원주영 신영자산운용 연금가치본부장도 부책임 운용역으로 펀드를 이끈다. 허 사장은 신영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신영마라톤 펀드’를 2002년부터 직접 운용해 누적 수익률 500%를 넘긴 국내 대표적인 가치 투자자다. 원 본부장은 중소형주 투자전문가로 2001년부터 15년 이상 국민연금 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해왔다.
시장 반응도 뜨겁다. 신영마라톤중소형주 펀드 출시가 되자마자 일주일만에 900억원 가까운 설정액이 모였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일반형 펀드가 826억원이 모였고 성과보수형은 66억원의 자금이 이 펀드에 들어갔다. 31일 기준 일주일간 국내 액티브주식 중소형 부문에 635억원 순유입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영마라톤중소형주 펀드는 우선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 살아나는 코리아펀드, 판매량 상위권 유지할까
반대로 기존 중소형주 펀드 운용사 입장에선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 달갑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전체적인 펀드 투자자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파이 싸움을 해야하는 까닭이다. 특히 중소형주 펀드들은 지난해 대형주 위주의 장세로 인해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투자자 이탈이 많았었다.
중소형주 펀드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메리츠자산운용의 코리아펀드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존리 대표의 대표적인 중소형 위주 펀드이자 전체 펀드 판매량 5위인 ‘메리츠코리아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은 지난해 두 자릿 수 마이너스 수익률로 투자자 유출을 경험했다. 중소형주 펀드 판매량 2위인 ‘메리츠코리아스몰캡증권투자신탁[주식]종류A’도 상황이 비슷했다. 존리 대표는 수익률 악화에 놀란 투자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메리츠의 운용 철학을 신뢰해달라는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반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1일 기준 ‘메리츠코리아스몰캡증권투자신탁[주식]종류A’의 올해 수익률은 8.68%로 지난해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메리츠코리아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도 올들어선 7.98%수익률을 기록했다. 동시에 ‘장기투자’를 강조했던 존리 대표의 철학이 빛을 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영자산운용 상품들은 은행들의 러브콜이 쇄도할 만큼 투자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높다. 이번에 나온 중소형 펀드도 초기에는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기존 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 입장에선 자금 유입에 대한 고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이 역시 수익률로 승부하는 만큼 결과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