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이벤트 경기에 1만명 몰려 인기 입증…"이벤트성 일시 흥행몰이에 그칠 것" 분석도

지난 30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개최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기념 행사 모습. / 사진=블리자드
1998년 출시된 이후 한국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누려왔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발매 19년만에 그래픽을 대폭 개선한 초고화질(UHD)판으로 돌아왔다. 지난 30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개최된 리마스터 론칭 이벤트 경기엔 1만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하며 여전한 인기를 입증했다. 이번 리마스터 버전을 계기로 다시한번 흥행 돌풍이 일어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전설의 귀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8월 15일 출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스타크래프트 그래픽을 대폭 개선한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를 오는 8월15일(한국시간 기준) 전 세계에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리마스터는 기존 스타크래프트의 그래픽과 해상도를 최신 환경에 맞게 개선하면서도 플레이 환경은 그대로 유지한 신작이다. 리마스터 이용자들은 기존 스타크래프트 이용자들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이번 리마스터에서는 새로운 업데이트와 기능들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전체 그래픽 업그레이드 ▲UHD 와이드스크린 해상도 지원 ▲새로운 매치메이킹과 리더보드 기능 ▲개인별 게임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플레이어 프로필 ▲캠페인 진척도 및 단축키 클라우드 저장 기능 ▲고음질의 배경 음악과 사운드 ▲버튼을 통한 리마스터와 원작 버전간 전환 기능 등이 제공된다.

또 정식 출시에 앞서 전세계 유일하게 한국에만 지난 30일부터 블리자드 가맹 PC방에서 누구나 리마스터를 한 발 앞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정식 출시 이후로도 블리자드 가맹PC방에서는 리마스터를 별도로 구매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고, 여기에 추가 경험치 혜택도 제공된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PC방 혜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CEO 겸 공동설립자(Mike Morhaime, CEO and cofounder of Blizzard Entertainment)는 “스타크래프트는 20여년 전, 장대한 우주 전장으로 수백만 게이머들의 발걸음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e스포츠의 기반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의 수많은 열정적인 플레이어들이 친구와, 때로는 경쟁적으로 여전히 브루드 워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도 오랜 동안 스타크래프트를 즐길 수 있도록 기반 기술을 현대화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벤트 경기, 전 세계 50만명이 시청…출시 전부터 큰 인기 끌어

블리자드는 지난 30일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GG 투게더’ 행사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개최했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GG 투게더는 e스포츠 종주국이자 스타크래프트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 한국 팬들과 함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출시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XTM, OGN 등 케이블TV와 Twitch, 아프리카 등 스트리밍 플랫폼을 아우르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어와 영어로 생중계됐다. 전세계적으로 약 50만명에 육박하는 유저들이 행사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안리 해변에 마련된 특설 무대 현장에는 한 여름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약 1만여 명의 스타크래프트 팬들이 모여 축제의 장을 즐겼다.

GG투게더는 스타크래프트가 사회적, 문화적으로 끼친 영향을 다룬 특별 다큐멘터리인 ‘GG않는 이야기’를 상영한 후 팬들 사이에서 특히 큰 기대를 받았던 이벤트 경기를 시작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행사 기념 촬영 모습. / 사진=블리자드
전세계 최초로 리마스터 버전으로 치뤄진 이번 이벤트 경기에는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결을 펼쳤다. 국기봉과 기욤 패트리, 임요환과 홍진호, 이윤열과 박정석이 맞붙은 1, 2, 3경기는 호각세의 승부를 펼친 끝에 모두 1:1 무승부로 끝났다.

이어 펼쳐진 이제동, 김택용, 이영호의 1:1:1 대결에서는 ASL(아프리카 스타 리그)을 두차례 석권한 이영호가 유일하게 2승을 거두며 다시 한 번 최고 실력의 스타크래프트 선수임을 입증했다. 경기 시작 후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및 이벤트 경기에 출연한 선수들과 중계진 이름이 오르내리며, 그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했다.

◇새로운 돌풍 일으킬까…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수도

스타크래프트는 한국 게임 시장에서 유독 인기를 끈 게임이다. 지난 2007년 기준 이 게임의 전 세계 판매고 950만여장 중 약 절반(450만여장)이 국내에서 팔렸으며, 지금도 국내 PC방 게임 중 점유율 10위권에 들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블리자드는 2010년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를 한국에 발매했지만, 전작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으며, 결국 흥행에는 실패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리마스터 버전을 계기로 다시한번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게임전문 방송들이 최근 앞다퉈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개최하고 있는 점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스타크래프트를 접하지 않았던 나이어린 유저들의 유입이 얼마나 될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10대와 20대에게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LOL)’와 ‘오버워치’다. 결국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선 이 두 게임을 넘어서야만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결국 이벤트전 형식으로 스타크래프트 몇번 경기가 진행된 뒤 마무리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스타크래프트를 꾸준히 즐기는 유저들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경기를 위한 신규 프로선수 유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수 후보군인 젊은 유저들이 스타크래프트보다는 LOL이나 오버워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유독 높은 인기를 얻었던 만큼, 이번 리마스터 버전도 이슈몰이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선 e스포츠 활성화가 필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리그들이 이벤트 수준에 그칠지, 앞으로 계속 지속될 지 여부에 따라, 스타크래프트의 앞날이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박사는 “초반에는 과거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얻었던 즐거움을 ‘복기’하려는 움직임을 통해 어느정도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장기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선 단순히 과거의 즐거운 추억만으론 부족하다. 장기흥행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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