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국회 제출…"경제성장률 하락폭 최대 0.02%포인트"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보유자산 축소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 진단했다. 또 이에 따른 국내 성장률 하락폭은 최대 0.02%포인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3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가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추진되는 데다 글로벌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의 금융·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연준은 지난달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보유자산 축소를 시사했다. 연준은 보유채권 만기시 원금상환액 전액이 아닌 일부만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보유자산 규모를 점진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이 경우 미국 금리가 상승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자본이 미국으로 유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수요 감소를 통해 향후 장기 시장금리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겠으나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자산 축소 규모(최대 2조1000억달러 예상)가 양적완화(4조3000억달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평가되는 까닭이다.
또 한국은행은 해외 투자자의 미국 국채 매입 확대, 세계 각국 공적기관의 달러화자산비중 상승 등을 감안할 때 미 국채 수요는 보유자산 축소 시행 이후에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 잔액은 2015년과 지난해 각각 115억달러, 1399억달러 감소했으나 올들어 4월까지 674억달러 증가했다.
미국의 중립금리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장기금리의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중립금리는 물가에 대해 중립적인 이자율로 주로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는 적정 금리 수준을 말할 때 쓰인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에 따르면 미국의 자연이자율은 1%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대내외 경제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도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국의 대외지급능력과 경상수지 흑자 규모 등은 여타 신흥시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또 신흥시장국 자본유입 증가세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연준 자산 축소 후 한국에서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시장국에 주식과 채권 투자자금이 올들어 5월까지 연속적으로 순유입하고 있다. 대외지급능력 측면에서도 지난해 기준 한국의 총외채 대비 외환보유액은 94.8%,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는 7%다. 같은 기간 중국의 총외채 대비 외환보유액은 211.9%, 명목GDP 대비 경상수지는 1.8%다. 또 다른 아시아 신흥국인 태국은 총외채 대비 외환보유액과 명목GDP 대비 경상수지가 각각 124.5%, 11.5%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미 연준 보유자산 축소에 따른 국내 성장률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미국 장기 금리가 12~14bp(basis point, 1bp=0.01%포인트) 상승한다고 가정할 때 국내 장기 금리는 7bp 내외 상승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에 따른 국내 성장률 하락폭은 최대 0.02%포인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은행은 “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민간부문의 부채 상환 부담 증가 등 부정적 영향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며 “리스크 요인의 변화 추이, 글로벌 투자자금의 움직임 등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