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디지털에 거래 중단 기회 제공…도시바 매각은 안개 속으로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반도체 사업부문 매각 2주전에 미리 통지하기로 합의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일본 최대 반도체 기업 도시바가 협력사인 웨스턴디지털(WD)에 반도체 사업부문 매각 관련 사안을 2주 전에 미리 통지하기로 합의했다. 업계는 이번 합의를 통해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 매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요건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8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 해럴드 칸 판사는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간의 합의를 승인했다. 이번 재판은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 매각을 잠정 중지시켜 달라며 웨스턴디지털 측이 낸 가처분 신청에 따라 열렸다. 이날이 두 번째 심리다.

 

재판부 결정은 도시바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게 나쁜 소식이다. 웨스턴디지털이 먼저 도시바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미국 법원이 웨스턴디지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웨스턴디지털은 매각 관련 소식을 접하게 될 때 법원이나 중재 패널 등을 이용해 매각을 중단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웨스턴디지털 관계자는 도시바와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내겠다고 말했다.

 

 현재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 경쟁이 가열되면서 매각 예상 금액은 180억달러(한화 20)을 넘어섰다. 

 

도시바는 원자력 발전 사업 실패에 따라 7조원 가까운 손실을 입자 이를 메꾸기 위한 방법으로 반도체 사업부문 매각을 선택했다.  반도체 사업에 외부자금을 끌어들이고 분사해 자본을 늘릴 계획이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시장 2위 업체로 기술력과 시장 영향력을 갖고 있어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 혼하이그룹 등이 관심을 보였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 반도체 매각 방침에 반발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5월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매각중지 중재 신청을 냈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달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일본 미에 현 요카이치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공동 생산하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반도체 사업을 매각할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의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일 연합을 선정했다.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 소송에 미국 법원에 관할권이 없다고 맞대응하며 매각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지만, 웨스턴디지털은 계약 체결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뤄져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법원은 이번 판결을 내리면서 도시바가 제기한 미국 사법부 관할권 논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다음 기회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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