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사업 영업이익 모두 그룹 내 1위…투자 계획도 앞다퉈 상향 수정

자산규모 기준 재계순위 1, 3, 4위인 삼성과 SK, LG에서 공히 부품사업이 영업이익 1위를 차지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자산규모 기준 재계순위 1, 3, 4위인 삼성, SK, LG그룹 내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사업은 무엇일까. 스마트폰, 가전, 통신 같은 소비재나 서비스가 아니다. 이에 쓰이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같은 부품들이다. 세 그룹 내에서 공히 부품사업이 영업이익 1위를 꿰찬 덕이다. 대규모 투자계획을 쏟아낸 점도 공통점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 SK, LG그룹의 각 계열사들이 실적을 발표 중인 가운데, 이들 그룹에서 부품사업 관련 계열사가 모두 영업이익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과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얘기다.

앞서 25일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는 역대 최대치 실적을 나란히 경신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6조 6922억원, 3조 507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8%와 573.7%가 뛰었다. 영업이익률이 46%에 달한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의 매출액은 6조 6289억원, 영업이익은 80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영업이익은 무려 1712%나 폭증했다. 21개 분기에 걸친 연속 흑자다.

27일 부문별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가 전성시대를 이끈 형국이다. 앞서 지난 7일 삼성전자는 잠정실적치를 공개하면서 전체 영업이익이 14조원이라고 밝혔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반도체부문에서만 7조 5000억원~8조원 안팎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영업이익률이 45%를 넘을 게 확실시 된다.

눈길을 끄는 건 부품사업이 모두 각 그룹 내 영업이익에서도 1위라는 점이다. SK의 경우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SK이노베이션의 매출액이 10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영업이익 컨센선스(실적전망 평균치)가 5700~6200억원 수준이라 SK하이닉스와의 격차가 아득하다.

눈을 지난해로 돌려보면 양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3조 2283억원(이노베이션)과 3조 2770억원(하이닉스)으로 사실상 같았다. 그런데 하이닉스가 반도체 초호황 사이클을 등에 업고 멀리 비상해버린 셈이다. 27일 실적을 발표하는 SK텔레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선스는 3900억원~4100억원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가 LG전자와 LG화학을 모두 제쳤다는 점도 단연 관심거리다. 앞서 19일에 발표된 LG화학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 3821억원과 7269억원이었다. LG디스플레이에 800억원 이상 뒤진 수치다. 상반기로 범위를 넓히면 그 격차는 2500억원으로 벌어진다. 27일 실적을 발표하는 LG전자는 이미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2분기 영업이익이 6641억원이라고 밝혔다.

2분기 순서로 보자면 LG디스플레이-LG화학-LG전자 순이고 상반기로 범위를 넓혀도 2위와 3위만 순서가 바뀔 뿐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LG화학이 1조 9919억원,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가 각각 1조 3114억원, 1조 3377억원이었다. 올해는 LG디스플레이가 3조 5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여 압도적 1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살폈듯 삼성에서는 삼성전자 내 반도체사업부문이 그룹 전체를 견인하고 있다. 연간으로 눈을 돌려도 이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 전체사업부 연간 영업이익을 54조~55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중)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을 32조원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주 수준의 1위다. 여기에 또 다른 부품인 디스플레이 사업도 중소형 OLED를 등에 업고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세 그룹 공히 부품분야 대형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에도 주목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이미 투자한 돈을 합쳐 2021년까지 평택 반도체 단지에 30조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화성사업장에도 6조원의 투자금이 투입된다.

SK하이닉스는 25일 열린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설비투자 계획이 7조원이었는데 (현재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이를 늘리는 걸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상반기에만 5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집행했다.

LG디스플레이도 25일 열린 정기 이사회를 통해 2020년까지 대형 TV용 OLED(10.5세대급)에 5조원, 모바일용 중소형 플라스틱 OLED(P-OLED)에 10조원 등 총 15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LG디스플레이가 강세를 보여왔던 LCD를 넘어 OLED 시장에서 승부수를 보겠다는 복안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에서 강세지만 중소형 OLED에서는 삼성전자에 뒤지고 있다. 시장호황을 등에 업고 대규모 투자로 추격에 나서겠다는 심산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 주식을 누가 사느냐는 말까지 나왔는데 이렇게 될지 누가 알았겠나. LG는 스마트폰 손해를 부품이 먹여 살리고 삼성은 이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라며 “한동안 IT 업황이 부품공급사에 유리한 구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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