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 "글로벌 시장에 갈증 느껴"…"MTS 접속장애, 공시오기 등 기초적 실수부터 말아야"
하반기 증권업계는 큰 변화를 맞는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는 까닭이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는 금융당국에 초대형IB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향한 이들의 전략과 보완할 점이 무엇인 지 그 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거인의 어깨에 기댔던 한 회사가 이제 스스로 거인이 되어가고 있다. 자본금 100억원으로 시작한 미래에셋 그룹이 20년만에 그룹 총 자본금 13조8000억원의 대형 금융그룹으로 변모했다. 나아가 미래에셋 그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미래에셋대우는 이제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할 채비를 마쳤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너무 많은 갈증을 느낀다”며 개척자를 자처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는 이 같은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게 되면 발행 어음 등 업무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 이를 통해 자기자본을 8조원 이상으로 늘리면 종합금융투자계좌(IMA)와 부동산담보신탁 업무가 허용돼 글로벌 공략도 한 층 더 강화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대우증권 출신인 채병권 미래에셋대우 초대형IB추진단장을 앞세워 초대형IB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래에셋대우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금융 그룹이 되기 위해선 내부 시스템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에만 두 차례 전산 시스템 오류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접속이 되지 않는 등 고객 불편 상황이 나왔다. 또 공시 실수, 불완전판매 논란 등 업계 1위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 글로벌 시장 넘보는 미래에셋대우, 초대형 IB 인가 발판될까
미래에셋 그룹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박 회장은 이달 초 열린 '미래에셋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글로벌 미래에셋 초석을 만들어 한국사회에 부를 창출하고 젊은이들이 세계시장을 누비는 꿈을 꾸게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독립투자전문그룹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이미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하는 등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PBS는 헤지펀드의 자금 모집, 운용자금 대출, 주식매매 위탁 등 모든 업무를 종합 서비스하는 전담 중개업을 뜻한다. 미래에셋그룹이 지난 2~3년간 보인 해외 부동산 매입이 단순 해외투자 수준이라면 이제는 미국 월가에서 유수의 IB들과 겨루는 다국적 투자사가 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대형IB 인가는 더욱 중요해졌다. 미래에셋 그룹이 글로벌 무대에서 제대로된 경쟁을 하기 위해선 미래에셋대우가 더 큰 규모로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는 까닭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기준 골드만삭스 자기자본은 100조원 수준이다. 일본 증권사인 노무라는 자기자본이 29조원 수준이고 중국 증권사인 중신증권은 약 20조원이다. 반면 미래에셋대우 자기자본은 6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미래에셋대우가 금융당국으로 초대형IB를 인가받게 되면 단기금융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단기금융업무 인가를 받게 되면 만기 1년 이내인 어음의 발행, 할인, 매매, 중개, 인수, 보증업무 등 자본을 증식할 수 있는 업무가 확대된다. 여기에 미래에셋대우가 자본을 더 쌓아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이 되면 예탁금 운용 수익을 고객에 지급할 수 있는 종합투자계좌업무(IMA)도 허용되는데 이 경우 고객 증대를 통해 글로벌 자산 투자 여력이 더 높아진다.
미래에셋대우는 채병권 미래에셋대우 초대형IB추진단장을 앞세워 초대형IB 인가와 인가 후를 준비하고 있다. 최 단장은 대우증권 출신으로 IB 부문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초대형IB 인가를 통해 글로벌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인프라 투자에도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 갖은 구설수, “1위 품격부터 지켜야”
하지만 미래에셋대우는 이 같은 큰 포부와는 달리 기초적인 부분에서 구멍이 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래에셋대우의 일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장애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MTS에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올해 초에도 미래에셋대우는 합병 접속 지연이 발생해 일부 손실을 보상한 바 있다.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투자회사로 거듭나려는 비전과는 배치되는 모습이다.
또 미래에셋대우는 공시와 관련해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5월 15일 공시한 분기보고서에서 지난 1분기 유가증권 운용수익을 총 3조7717억4100만원으로 공시했다. 하지만 정정 보고서를 내고 3471억9400만원으로 수치를 변경했다. 무려 3조4245만5700만원이라는 큰 액수가 바뀐 것이다. 허위공시 논란이 있었지만 미래에셋대우는 ‘단순 표기 실수’라 해명했다.
임직원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건수가 많은 것도 미래에셋대우가 개선해야 할 요소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5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009년 고객이 예치한 투자일임 재산에 대한 대가로 재산상 이익(리베이트)을 받아 챙긴 혐의로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올초엔 미래에셋대우 임원 2명이 베트남 하노이 소재 빌딩 관련 자산유동화증권(총액 2500억원) 증권 모집 관련 권유절차 위반으로 감봉 3개월과 견책을 받았다.
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는 올해가 합병 첫해라고는 하지만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실수를 많이 내고 있다. 증권업무 자체가 안정성과 신뢰성에 바탕을 두는데 국내 1위 증권사라 하기엔 부끄러운 모습이었다”며 “초대형IB나 글로벌 증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업그레이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