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사물인터넷‧로봇 주목…국내업체 손잡고 해외진출 모색 전략
소프트뱅크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에 대한 스타트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투자를 담당하는 자회사 소프트뱅크벤처스 또한 국내에서 투자를 대폭 늘리거나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관련 산업 스타트업에 전폭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리 떡잎을 키워내 향후 신산업 성장동력이 될 만한 기술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4차산업혁명 준비를 위한 신성장동력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소프트뱅크는 공유차량서비스 ‘그랩(Grab)’에 최대 20억 달러(약 2조2280억원)를 투자했다. 그랩은 동남아시아에서 우버의 최대 라이벌인 차량호출 업체다.
특히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로봇 기술은 손 회장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그 방증으로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320억 달러(약 36조원)를 들여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인수했다. 일본 시장 내 해외 인수합병 중 최대 금액이다. ARM은 모바일 프로세서 칩을 개발하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기업이다. 사물인터넷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 ARM를 인수한 셈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으로부터 로봇 스타트업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샤프트도 인수했다. 두 회사 모두 정량 매입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사람감정을 이해하는 로봇 ‘페퍼’를 2013년 출시하고 스마트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스피커, 자율주행차 등도 소프트뱅크가 주목하는 분야다. IBM 왓슨과 함께 신입사원 서류전형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다.
전문 펀드도 마련했다. 지난 5월 소프트뱅크는 100조 규모 ‘비전펀드’로 AI, IoT, 로봇기술에 투자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펀드, 애플, 퀄컴, 폭스콘, 오라클 등 내로라 하는 IT기업들이 돈을 투자했다. ‘오는 30년동안 5000개 회사와 제휴를 맺고 회사 가치를 200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손 회장의 야심이 내비친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퍼스트무버’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한다. 먼저 기술 투자 방향을 읽은 후 비전 펀드를 통해 유망한 회사에 지분 투자하거나 인수·합병(M&A)를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 국내 IT스타트업·대기업들과 손잡는다… 펀드 출자도 늘려
국내 시장 역시 소프트뱅크가 주목하고 있다. 미래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찾아 나서면서 자연스레 국내 스타트업 투자로 이어졌다. 2015년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쿠팡이 대표적이다. 투자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국내에서도 AI, IoT, 로봇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키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8월 소프트뱅크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에너지 빅데이터 서비스 기업인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인코어드)와 합작회사인 ‘인코어드 재팬’을 설립할 계획이다. 미국에 있는 인코어드 본사에도 일정 부분 투자해 주주로서 참여한다.
최종웅 인코어드 대표는 “인코어드의 에너지 빅데이터 활용 기술과 소프트뱅크가 가진 다양한 기술을 합쳐 사용자에게 알맞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국내 IT통신 대기업들과도 손을 잡았다. LG유플러스는 총 1210억원으로 조성된 SB글로벌챔프펀드에 100억원을 출자했다. 네이버는 AI 융합기술 투자 범위 확대를 위해 SB넥스트미디어이노베이션펀드에 500억원을 추가 출자해 총 973억원 규모로 증액했다. ‘SB넥스트미디어이노베이션펀드’를 통해 최근 미국 AI기반 음성변조 기술 스타트업 오벤에 투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전세계적으로 4차산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가 높아지는 가운데, 소프트뱅크가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해외에선 구글과 애플 등 IT공룡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있는 가운데 소프트뱅크가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펀드를 출자하면서 영향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한 창업투자펀드 심사역은 “사업을 하는 누구에게나 돈은 필요하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도 마찬가지다. 돈과 지분의 교환이 투자의 본질이 아니다”며 “올해 소프트뱅크는 각 산업에 포진해있는 유망 스타트업을 사냥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운용자산 규모가 5000억원을 넘으면서 덩치도 커지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수혜를 받을 것”이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