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차급 파괴 주효 분석…기습 가격인상에 허덕이는 SM6와 대조
국내 자동차시장이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량이 늘어나는 모델들이 있어 유독 눈에 띈다.
대표적인 모델이 현대차 ‘그랜저’, 한국GM ‘크루즈’, 쌍용차 ‘티볼리’ 등이다. 신차가 출시된 지 어느 정도 시점이 지났지만 월평균 판매량이 오히려 더 늘고 있다. 통상 신차 출시 후 1~3개월 정도 판매량이 정점을 찍은 뒤, 시간이 지나면서 하향 곡선을 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 차량이 인기를 끄는 첫 번째 요소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여기에 성능은 물론, 안전·편의사양 등 전 부문에서 내세운 ‘차급 파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그랜저는 지난달 1만2665대가 판매돼 전월(1만2595대) 대비 0.6% 증가했다. 지난달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영업일수(21일) 기준으로 일평균 약 600대가 넘게 팔려나갔다. 판매 초기 1~2월보다 오히려 70대가량 일평균 판매량이 늘어난 셈이다.
신형(IG) 모델이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한 지난해 12월(1만3833대)과 신차 효과가 극대화된 올해 3월(1만3358대)을 제외하면 월간 최대 판매량이다.
이달 들어서도 현재까지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의 일평균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변이 없는 한 8개월 연속 월간 1만대 판매 돌파가 유력하다. 기존 최다 월간 1만대 판매 돌파 기록은 쏘나타(YF)가 지닌 7개월(2009년 10월~2010년 4월)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차 출시 후 3개월 정도까지 판매량이 오른 뒤 서서히 하락세로 접어드는 것과는 반대로, 그랜저는 신차 효과가 오히려 가속화되는 모양새”라며 “신차가 나온지 8개월이 훌쩍 넘었지만 이례적으로 다시 판매량이 치솟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GM 크루즈의 상종가도 눈에 띈다. 크루즈는 신형 모델이 투입된 3월 2147대가 판매돼 전년동월 대비 76.4% 증가하며 반등을 예고했다. 하지만 출시 초반 결함에 따른 생산 중단, 가격 논란을 불러일으킨 마케팅 패착으로 인해 4월(1518대)과 5월(1160대)로 판매량이 다시 쪼그라들었다.
다만 출시 초반 고가(高價) 논란에 휩싸였던 가격을 대폭 인하하면서 판매량 반등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지난달 판매량은 1434대로 전월 대비 23.6%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54.2% 늘어 이제야 신차효과에 걸맞는 판매량을 보이는 모양새다.
한국GM 관계자는 “출시된 지 3개월도 안 된 신차의 출고가를 최대 200만원 낮추고 할인 혜택과 초저금리 할부를 시행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면서 “성능 면에서는 경쟁 차종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만큼,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쌍용차 티볼리 역시 경쟁 차종들의 가세에도 입지를 굳히고 있는 차종이다. 티볼리는 올 상반기 총 2만8624대가 팔려나가 전년동기 대비 2.3% 늘었다. 월평균 4770여대 판매됐다.
3월 5424대가 판매돼 정점을 찍은 뒤 소폭 하락 추이에 접어들었으나, 현대차 코나가 시장에 뛰어든 6월 오히려 판매량이 늘었다. 티볼리의 6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1.9% 증가한 4813대다. 이달 중순 판매에 돌입한 기아차 스토닉의 여파도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18일에는 첫 모델 출시 후 2년 7개월 만에 디자인에 변화를 준 2018년형 티볼리 아머를 선보이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선두 굳히기에 나섰다.
쌍용차 관계자는 “시장에서 우려했던 것처럼 코나와 스토닉의 가세가 티볼리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달 21일 기준 티볼리의 월간 판매량 추이는 지난달과 크게 차이가 없다. 이달에도 비슷한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판매량이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델도 있다. 르노삼성 SM6의 판매량은 2만3917대로 전년동기 대비 12.1% 빠졌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신차 효과가 힘이 다한 데다, 기습적인 가격 인상이 악재로 작용했다.
3월 4848대가 팔린 뒤 4~5월 모두 3900여대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공식적인 발표 없이 3월 단행된 가격 인상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진 뒤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판매량이 1000여대 가량 급감했다. 지난달에도 3716대가 판매돼 전월 대비 6.5% 하락하며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