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는 배출가스 못 줄여…환경부·벤츠코리아 '강건너 불구경'
지난 18일 벤츠는 배출가스 조작 차량으로 의심 받는 차량 300만대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계획을 발표했다.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정상 작동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처는 유럽에서 팔린 차량에 한정해 지난 3월부터 일부 차량에만 제공됐던 서비스를 확대 적용하는 형태다. 해당 차량들엔 OM 642와 OM 651 엔진이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독일에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실효성 없는 조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벤츠 배출가스 조작을 최초 보도한 쥐트도이체짜이퉁(Süddeutsche Zeitung, SZ)은 자동차 전문가들이 벤츠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대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르디난드 두덴회퍼 뒤스부르그-에쎈대 교수는 SZ와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자동차 주행 능력이나 연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게 없을 뿐더러 실제 도로주행 시에도 실험실과 같은 결과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보다 SCR(선택적환원장치)이라 불리는 요소수 분사 방식이 질소산화물 감축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요소수 분사 방식은 기술적으로 범용이 어려울뿐더러 비용이 많이 들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지는 않는다. 두덴회퍼 교수는 자동차 한 대당 1500~2000유로(194만~259만원)가 추가로 든다고 추산했다.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 역시 독일에서 제기된 비판에 동의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독일에서 제기된 비판이 일리가 있다. SCR을 통해 질소산화물 배출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며 “다만 SCR이 상당히 비싸고 트렁크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연료 배출량을 조절하는 것인데 연비와 주행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벤츠 대변인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실효성 의문에 대한 확답을 피했다. 이에 한국 환경부와 벤츠코리아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실효성이 없다면 벤츠코리아가 똑같은 조처를 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실효성이 없다고 아직 들은 바가 없다. 다만 한국 실정에 맞는 대책을 내놓기 위에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역시 이번 논란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벤츠가 배출가스 조작 의혹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실효성 논란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사항을 검토하고 있어 세부 내용들은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