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원 투여해 2·3차 협력사까지 지원…새 정부 발맞추기
현대·기아자동차가 2·3차 협력사 5000여곳에 15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1차 협력사를 통한 간접 지원 형식을 고수해 온 만큼,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현대·기아차가 새 정부 기업 철학 청사진에 따라 이른바 ‘착한 기업’ 되기 전략을 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20일 2·3차 협력사 지원 방안과 1차 협력사와 2·3차 협력사 간 상생협력 관리체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선순환형 동반성장 5대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2·3차 협력사의 고용 안정, 일자리 창출, 기초 연구개발 역량 제고 등을 지원하기 위한 500억원 규모의 2·3차 협력사 전용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정했다.
또 현대·기아차는 예탁금 1000억원을 활용해 회사 운영 자금을 저리로 지원하는 2·3차 협력사 전용 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시중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시행할 예정이다. 2·3차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생협력센터 건립, 맞춤형 연구개발 기술 지원, 2차 협력사 전용 교육 포털 운영, 품질기술봉사단 확대 등도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재계가 2·3차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 방안을 속속 공개하고 나서면서 현대·기아차가 조금 더 호혜적인 관점에서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신(新)상생협력체제를 밝히고 2·3차 협력사 직원이라 해도 LG디스플레이 직원이 받는 것과 동일한 의료 지원을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6월부터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게 물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30일 이내 지급하도록 하는 혁신적 물품 대금 지급 프로세스를 실시 중이다. 삼성전자는 시중 은행과 함께 총 5000억원 규모 펀드를 마련해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대금 지급을 미루지 않기 위해 대출했을 시 1년간 무이자로 대출해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3차 협력사와 상생이 가장 중요한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기아차가 통 큰 상생 방안을 내놨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이 많게는 3만개나 돼, 2·3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한 부품 산업 붕괴는 곧 국내 자동차 산업의 붕괴와 같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을 개최해 온 현대·기아차는 이번 선순환형 동반성장 5대 전략에 상생협력 관리체계도 도입을 더했다. 1·2·3차 협력사 간 동반성장을 견인할 수 있게 한다는 복안이다. 현대·기아차는 1차 협력사의 상생 활동을 점검하고, 2·3차 협력사에 대한 1차 협력사의 평가를 바탕으로 신차 입찰에 반영하는 상생협력 5스타 제도도 도입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1차 협력사 뿐만 아니라 2·3차 협력사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동반성장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며 “한국 자동차산업 발전과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