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산하 5개 병원 납품 예정…화이트팜 “규정상 문제 없다”
20일 제약업계와 도매업계에 따르면 백병원 직영도매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병원직영도매 설립이 구체화되면 해당 의료기관을 당국에 고발한다는 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도매업체는 지난해 3월 법인이 설립된 후 최근 신규로 KGSP(의약품유통관리기준) 허가를 받은 화이트팜이다. 이 업체와 현재 전국 5개 백병원 중 4개 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는 성산약품의 연결고리가 의혹의 발단이다. 성산약품 김극수 회장과 조찬휘 사장 등 각자대표가 화이트팜에서도 대표를 맡고 있다. 화이트팜은 오히려 성산약품보다 백병원 납품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 5개 백병원에 납품 예정이라는 사실은 화이트팜도 인정했다.
문제는 병원직영도매에 대한 정의와 규정이다. 약사법 규정에는 납품을 받는 의료기관이 도매의 50% 이상 지분을 갖고 있지 못하도록 규정헀다. 연세대 세브란스 운영 재단이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안연케어는 공식적으로나 법적으로 직영도매 규정을 편법으로 빠져나간 사례로 꼽힌다.
성산약품도 마찬가지다. 이 업체는 도매의 50% 이상 지분 제한 규정이 만들어지기 전 인제대학교가 100% 지분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관련 규정 때문에 인제대가 지분을 매각한 후 현재는 청우개발 43% 청우기업 41% 조찬휘 사장 8.3% 등으로 지분이 분포돼 있다. 청우개발은 부동산 임대사업을 하는 업체다.
제약업계가 보는 병원직영도매 논란은 마진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병원 전체에 납품하는 업체 성격상 병원에 맞먹는 파워를 갖고 있는 탓에, 납품하려는 제약사는 고마진을 수락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업계의 전형적인 갑질 행태로 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형병원에 납품하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제약사들은 토로한다.
도매업체들도 병원이 사실상 지분을 갖거나, 지분이 없더라도 영향력이 큰 도매가 새롭게 납품을 시작할 경우엔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산백병원에는 부산 소재 대형 도매업체 6곳이 납품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병원 측은 성산약품에 지분도 없으며 직영도매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화이트팜 역시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화이트팜도 백병원 직영도매라는 점에 대해 강력히 부정하고 있다.
특히 화이트팜은 앞서 세브란스 재단의 안연케어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 눈길을 끈 바 있다. 이 같은 언급은 인제대나 백병원이 49%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분의 많고 적음에 상관 없이 공식적 지분 확보는 제약사들이나 도매업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성산약품 역시 4개 백병원의 급여 의약품만 납품하고 있어 전체 백병원의 소요 의약품과 의약외품 물량 중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화이트팜 주장이다. 나머지 조영제나 시약, 비급여 의약품은 입찰에 따라 납품 업체를 결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로선 화이트팜이 5개 백병원 전체에 납품을 예정하고 있으며, 일단 성산약품 법인은 1년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병원직영도매의 주요 특징인 고마진 우려에 대해 화이트팜은 “그동안 제약사들에게 높은 마진을 요구한 적이 없으며 다른 도매들과 엇비슷한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성산약품의 지난해와 2015년 조마진율은 각각 5.8%와 8.9%로 확인됐다. 조마진율은 도매업체 감사보고서에 나온 매출총이익을 지칭하는데, 제약사들의 마진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통상 7.5%에서 8.0% 사이가 평균선이다. 성산약품은 업계 평균보다 다소 높거나 낮은 마진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화이트팜 조찬휘 사장은 “거래처를 빼앗기게 될 부산 지역 도매들이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법이나 규정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재강조했다.
다만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와 달리 병원이나 학교가 공식적으로 특정 도매의 지분을 갖게 되면 향후 방향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며 “9월 이후 상황이 우려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