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공급확대로 부채 악화 가능성…LH "민간재원 조달 등으로 문제 없어"
새 정부의 역점사업인 도시재생 뉴딜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말까지 내년 기준 100개 이상의 사업지가 선정될 계획이 발표되는 등 사업이 쾌속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5년 간 50조의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다만 사업규모가 워낙 큰 만큼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 및 관련 기관의 역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주관할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및 관련 기관의 재무상태를 중심으로 사업추진이 월활히 이뤄질 수 있을 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새 정부의 역점 사업인 ‘도시재생 뉴딜’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연간 10조원의 재원 중 정부 재정 2조원, LH와 SH공사의 투자 3조원, 기금 5조원이 투입된다. 국토교통부 산하 단일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투자액을 부담하는 셈이다. 이에 맞춰 도시재생 전담 인원만 300여명 가량이 배치될 만큼 LH는 사업준비 채비를 갖추고 있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중 도시재생 뉴딜 투자액, 전담인원 모두 압도적으로 많다. 국토부 지원 하에 LH가 사업을 진두지휘할 것이 유력한 대목이다.
도시재생 뉴딜에 맞춰 LH는 투자금액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LH는 내년 사업비를 18조9000억원으로 올해(14조4600억원) 대비 4조5000억원 가량 증액한다. 지난 3년 간 연간 투자금액 평균(18조1000억원)보다 높은 금액이다. 아울러 도시재생 뉴딜 사업기간인 오는 2023년까지 총 94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같은 LH의 광폭행보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LH가 공언한 부채감축 기조와 과연 병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LH는 수년간 천문학적인 부채감축에 힘썼다. LH는 지난 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되면서 출범했다. 당시 부동산 시장 침체를 통한 공공택지 매각의 어려움,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부담으로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부채를 보유했다. 이에 하루 이자만 100억원이 넘는 등 ‘부채공룡’이란 오명을 들었다.
LH는 꾸준히 부채를 감축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LH의 총 부채는 133조3500억원으로 지난 2012년(138조1200억원) 대비 3.46% 가량 줄었다. 금융부채는 118조8000억원에서 105조9600억원으로 10.8% 가량 줄었다. 아울러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466.01%에서 342.14%로 100%포인트(p) 이상 개선됐다. 박상우 LH 사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에서 열린 ‘LH 기업설명회’에서 추가 부채감축을 공언하는 등 해당 기조를 이어갈 의지를 표명했다.
◇ 부채감축과 사업비 증액,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나
다만 도시재생 뉴딜 사업 추진과정에서 추가 부채증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LH의 영업이익은 3조1800억원이다. 지난 2012년(1조4100억원) 대비 2배 이상 몸집이 커졌다. 다만 차입상환금은 지난 2012년 12조8400억원을 기록한 이래 수년간 10조원대를 웃돌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1조5000억원, 내년 투자금액 4조5000억원 증액이 예정된 상황에서 추가 부채를 늘릴 수 있는 대목이다.
1년 이내 단기성 부채가 늘어난 것도 LH가 안고 있는 부담이다. LH의 유동비율은 지난 2012년 248.89%에서 지난해 167.69%로 대폭 감소했다.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 채무 대응여력이 떨어진 대목이다.
앞으로 6년 간 상환해야 할 회사채 잔액도 LH가 넘어야 할 산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LH가 오는 2023년까지 갚아야 할 채권발행 잔액은 총 20조4600억원이다. 이중 상환기간이 10년 이상으로 지난 2013년 이전 발행된 장기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19조2200억원으로 총 채권발행 잔액의 91.5%를 차지한다. 해당 장기 채권의 평균 이자는 12.93%로 산술적으로 LH는 장기 채권으로만 21조7100억원을 갚아야 한다. 해당 채권 50여개 중 25개가 해마다 이자가 추가로 붙는 복리채인 만큼 LH가 부담해야 할 채무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는 LH가 2023년까지 투입할 사업비(94조5000억원) 22.97%에 이르는 수치다.
새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과정에서 LH의 손실폭은 더 커질 수 있다. LH는 공공임대주택을 연간 10만7000채로 확대 공급하는 데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종전 연간 공급량인 9만여가구 대비 늘어난 수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매년 공적 임대주택 17만채 공급’에 맞춘 행보다. 통상 임대주택 확보에 1억원 가량이 들기에 그만큼 LH의 부담이 가중되는 대목이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LH가 도시재생 사업과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를 위해 자금여력을 늘리는 방안이 적다. 공공택지 분양을 통한 재원조달이 가장 유력한 방안인데 그마저 전체 사업비 조달을 위해선 한계가 있다. 사업진행 과정에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민간자금을 조달한다 해도 수도권 이외 지역은 투자가 들어오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채권발행 등 외부 자금 차입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해야 한다. 정부지원 없이 부채를 줄이면서 LH가 도시재생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긴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사업을 확장한다 해서 무작정 사업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이미 책정한 사업비에서 목표량을 늘리는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공공임대 리츠를 통해 민간사업비를 끌어와 자체사업비를 늘리지 않고도 목표량 달성이 가능하다. 도시재생 사업의 경우 종전 사업비(6000억원)에서 9000억원 늘리는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 아울러 3조원 중 1조5000억원을 SH공사와 분담한다”며 “여러 사업 다각화 방안으로 자금을 조달해 부채 증가액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부채의 경우 이자담보부 부채가 89조원에 달한다. 액수로 따지면 대단하지만 LH는 자산액수도 그만큼 많다. 전국에 건설된 임대아파트가 모두 LH 소유다. 따라서 자산에 비해 부채가 많지도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동비율 증가, 회사채 만기액에 대해 LH 관계자는 “토지나 주택 매각 시 대금을 먼저 받고 선수금으로 계상한다. 이를 수익으로 인식하기 전까지 회계상 부채로 잡아둔다. 또한 임대주택의 경우 보증금을 받는 데 그 중 단기성 부채로 인식하는 부분이 있다. 최근 LH가 주택공급을 늘리면서 해당 비율이 늘어난 것”이라며 ”재무상 부담이 된다는 것은 사채나 차입금 증가가 주된 요인이다. 현 상황에서 재무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토지와 주택 매각 시 연간 20조 이상 대금회수가 이뤄지고 있다. 해당 대금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게 되면 채권 상환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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