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상위종목 대부분이 헬스케어 관련주…경기 흐름 반영 못하고 변동성 커 투자자 외면

그래픽=시사저널e 조현경 미술기자

 

코스닥 시장에 제약·바이오 업종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스닥 지수가 제약·바이오 업종 영향을 크게 받아 전체 시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시장이 특정 업종 위주로 구성되면 투자자 선택지가 줄어드는데다 변동성에 취약해져 시장 매력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18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에서부터 2위 메디톡스, 5위 코미팜, 7위 휴젤, 8위 바이로메드, 9위 신라젠까지 상위 10위내 6종목이 제약·바이오 관련주다. 카카오가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시가총액 2위권 자리 역시 오는 28일 상장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은 범위를 늘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말 기준 코스닥150 종목에서 제약·바이오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45% 수준이다. 코스닥 대표 종목 절반 가까이가 제약·바이오주로 구성된 셈이다. 반면 코스닥150 출범 당시 68%였던 기술주는 비중이 31% 수준으로 축소됐다.

제약·바이오 업종 비중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스닥 시장이 경기 회복과 같은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실제 코스닥 시장은 국내 경제 상황과 달리 큰 상승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지수 상승률만 따지더라도 코스피는 18.4% 상승했지만 코스닥은 4.6% 오르는데 그쳤다.

특정 업종 쏠림 현상은 지수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대형 제약업체들의 잇따른 임상중단, 기술 수출 계약 파기 등 악재가 쏟아지면서 제약·바이오주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에 영향을 받아 지난해 7월 700선을 넘나들던 코스닥 지수가 지난해 12월 570선까지 풀썩 주저앉았다. 이후 IT(정보통신기술) 업종 강세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코스닥 시장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분석된다. 당초 코스닥은 미국 나스닥을 벤치마킹해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1996년 7월 개설된 IT, BT(생명공학 기술), CT(문화 콘텐츠 기술) 등 벤처기업 중심 시장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코스닥 대표 종목이었던 카카오, 동서, 신세계푸드, 한국토지신탁 등이 이전 상장하면서 다양성을 잃어갔다. 미국 경우엔 제약·바이오주뿐만 아니라 애플,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모두 나스닥에 남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 시장이 특정 업종에 치우치게되면 과거 닷컴 버블과 같은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주는 실적 분석이나 미래가치 측정이 쉽지 않아 투기성 투자로 이어질 위험이 존재한다”며 “코스닥 시장이 더욱 건강해지려면 제약·바이오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종에서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나와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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