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고급차 전략 변경, 궤도 수정…해외법인장 회의 “판매량 확대가 우선"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하반기 성장 동력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미래차를 꼽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혁신만이 불확실성의 시대에도 생존하는 방법”라며 고급차를 성장 동력으로 지목했던 1년 전과 사뭇 달라졌다.
현대·기아차는 미래차 투자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증가세에 놓인 SUV 상품군을 강화해 일단 위기를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18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해외 법인장 60여명은 17~18일 이틀간 서울 양재동에 있는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지역별 상반기 실적 점검 및 하반기 판매 확대 방안 마련을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리는 해외 법인장 회의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정 회장이 직접 주재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주재하고 있다.
올해 해외 법인장 회의 주요 논제는 판매였다. 현대차 해외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 185만355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4만3231대보다 9.3%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106만4381대로 9.9% 줄었다. 국내 판매량에서 현대차 판매 감소가 1.8%에 그치며 선방했지만, 올해 목표 508만대의 43%에 머물렀다. 기아차는 내수 시장에서 7.6% 판매가 줄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판매실적이 올해 초 세웠던 825만대 목표에서 크게 멀어지면서 SUV를 통한 판매 확대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좀처럼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현대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에 쏟아 부어온 마케팅 비용 등을 줄이고, 실질적인 판매 신장을 이루는 방안에 주력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 고급 세단 제네시스DH는 올해 상반기 단 3대가 팔리는 데 그치면서 영국 판매 상품군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제네시스 DH는 2015년 영국 시장 출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량이 50여대에 불과했다. 영국 등 유럽 시장에서 세단 인기가 SUV 등으로 줄고 있는 데다 고급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벤츠·BMW에 완전히 밀려난 탓이다.
반면 현대·기아차 SUV는 유럽 시장과 북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준중형 SUV 투싼은 지난달 8만1541대가 팔리며 현대차 전체 판매량 증가를 이끌었다. 기아차는 지난달 준중형 SUV 스포티지를 앞세워 유럽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판매가 늘어난 4만3679대를 팔았다. 또 기아차 준중형 SUV 쏘울은 미국 시장에서 올 상반기 5만3116대나 판매됐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이번 해외 법인장 회의에서 국내 시장에 선보인 소형 SUV 코나와 스토닉을 유럽과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도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중국에서는 하반기 중 현지 전략형 SUV 'NU'(프로젝트명)와 K2 크로스를 내놓고 중국 SUV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선 투싼, 스포티지, 싼타페, 쏘렌토 등의 판매 확대에 나선다.
지난해 상반기 정몽구 회장 주재 해외 법인장 회의에서 주로 논의된 제네시스를 벤츠, BMW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급 브랜드로 키워 미국 등 세계 고급차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다는 전략은 사라졌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바라보는 제네시스와 글로벌 시장에서 바라보는 제네시스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 “아이오닉·니로 잘 팔리네” 친환경차 판매 전략 유지
다만 현대·기아차는 올해 하반기 지난해와 동일하게 친환경차 경쟁력 강화 전략은 고수를 택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친환경차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과 니로가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감 있게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유럽 판매를 시작한 니로는 작년 말까지 9507대가 팔렸고, 아이오닉은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작년 한 해 동안 3559대 판매됐다.
특히 기아차의 친환경차 전용 모델 니로는 미국과 북미시장에 처음 출시된 2월 한 달간 7341대의 수출 대수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국산차 수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니로는 지난 2월 북미 및 중국시장에서 본격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3월부터 중남미 시장 판매에 나섰다. 기아차는 오는 3분기 중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유럽 시장에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커넥티드카(정보통신기술 연동형 자동차),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차 개발 역량과 투자를 늘리는 방안도 논의됐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중 중국 구이저우(貴州)성에 빅데이터 센터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연말에는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 바이두와 함께 개발한 첨단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적용 신차를 중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