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T 등 외형·투자성 상품에 쏠려…은행들 "규제로 신탁다운 상품 개발 어렵다" 토로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 신탁 수탁 규모는 올해 1분기 현재 188조826억원이다. 2015년 말보다 27조5982억원(17.2%) 늘었다.
신탁상품 중에서는 금전채권신탁과 수시입출금식 특정금전신탁(MMT) 등 외형성 상품이 덩치를 키웠다. 이 상품들은 수탁고라는 외형을 늘리기 좋은 상품이다.
다만 수수료가 미미하고 신탁을 통한 부가가치가 거의 없는 상품이라는 약점이 있다. 이뿐아니라 신탁에 주가연계신탁(ELT) 편중도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LT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다.
은행 신탁부서 관계자는 "신탁 상품 대부분을 ELT 등으로 채우고 있다는 것은 신탁 본연의 역할에 충실치 못하다는 것"이라며 "자산관리 측면보다 투자 성격에 가깝다. 그만큼 손실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4개 은행 수탁고 중 외형성 신탁상품으로 분류하는 금전채권신탁 수탁고는 올해 1분기 35조2428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말보다 9조7284억원 급증했다. 전체 수탁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7%으로 2015년 말보다 3%포인트 더 늘며 외형 추구형 신탁 규모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금전신탁 중 특정금전신탁도 증가세가 점차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4대 은행 특정금전신탁은 65조3654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말보다 10조1000억원(18.3%) 급증했다.
특정금전신탁은 주가지수연계신탁이나 수시입출식신탁(MMT), 정기예금형신탁 등 투자성이 높거나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신탁이다. 반면 퇴직연금신탁 수탁고는 같은 기간 50조941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말보다 13.4% 늘었다.
주가지수연계신탁(ELT) 판매량도 늘고 있다. ELT는 은행 상품 중에서 정기예금보다는 이익이 나는 상품이다. 이에 중위험·중수익을 원하는 고객 수요가 늘며 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증가세에 힘입어 4대은행은 올해 1분기 ELT를 10조6800억원 팔았다. 지난 한해 동안 4대 은행이 17조3000억원을 팔아치운 바 있다. 이미 ELT 판매량이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수준의 절반을 넘어섰다.
국민은행은 올 1분기 ELT를 5조원 이상 팔았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ELT를 2조4000억원을 판매했다. 우리은행은 2조500억원, 신한은행은 ELT상품을 1조2300억원 팔았다.
은행 신탁업계 관계자는 "신탁 상품이 외형을 키우는 상품과 ELT로 채우고 있다는 것은 신탁다운 신탁을 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신탁 상품을 금융당국이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탁 활로를 찾지 못한 은행이 비이자이익을 늘리려 신탁을 투자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