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는 "완화"·여가부는 "유지"…“부처간 밥그릇 싸움에 중소 개발사들만 피해" 반발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심야시간(0시~6시)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다. 인터넷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이 시간대에 연령과 본인 인증을 통해 청소년 게임 이용을 강제로 원천차단해야 한다. 셧다운제는 2011년 5월 19일 도입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신설된 조항(26조)으로, 2011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됐다. 계도 기간을 거쳐 2012년부터 단속을 실시하고 있으며,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다.
지난해 셧다운제를 부모선택제로 완화하는 법안이 제출됐지만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현재 계류 중이다.
셧다운제는 그간 게임업계의 대표적 규제로 자리매김 해 왔다. 일각에서는 셧다운제로 인해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업체들의 경우, 규제에 맞춰 게임을 수정하면 그만이지만,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규제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온다”며 “셧다운제 이후 많은 중소업체들이 힘겨워했다”고 밝혔다.
◇셧다운제…문체부는 완화, 여가부는 유지
앞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취임 후 셧다운제를 포함한 게임규제 개선을 위해 ‘민관합동 게임규제개선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이 협의체는 올 하반기부터 가동할 계획이며 게임물 자체 등급분류제와 PC·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청소년 게임이용 시간제한(셧다운제도) 등 게임산업 현장에서 제기되는 법적·제도적 애로사항들을 전면 검토해 자율 규제로 전환할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도 장관은 업계의 게임산업 규제 개선 요청에 "그동안의 정부 주도 일방적인 규제정책에서 벗어나 게임업계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나가겠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도 장관 취임 이후 셧다운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 청문회에서 셧다운제 폐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 장관은 “셧다운제는 초기에 반발이 많았지만, 지금은 정착하는 단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이견이 있지만, 지금은 안정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16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산업이 위축됐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는 문체부의 방향과 상반되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셧다운제 시행 이후, 정부 부처내에서도 의견통일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해 왔었다. 이번 셧다운제 관련 발언 역시 부처간 의견이 여전히 통일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강신규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근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게임산업의 주관부처는 문체부다. 문제는 문체부가 오롯이 리드를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여가부는 게임의 경우 문체부가 주관하는 산업임에도 불구, 청소년이 많이 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문체부가 여가부의 주장에 밀려, 게임산업 주관부처로서의 소신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결국 셧다운제와 같은 기이한 법도 부처이기주의 등 부처간 경쟁관계 때문에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반발’…“부처간 밥 그릇 싸움에 힘없는 중소 개발사들만 피해 본다”
정 장관이 셧다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게임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청소년 수면권 보장 등 실효성 지적을 받아왔던 제도를 고수하려는 입장에 동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셧다운제다”며 “청소년들의 접속을 차단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게임 외에 다른 산업에는 찾아볼 수 없는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의 속성상 서버를 해외에 둔 게임에 대해서는 적용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도 피해갈 수 없다”며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야 할 가치에는 청소년의 문화적 자기결정권과 정부로부터 정책을 강제당하지 않을 권리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개발자 김민형(30·가명)씨는 “셧다운제로 대표되는 각종 규제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힘없는 중소 개발사들”이라며 “부처간 밥그릇 싸움에 애꿎은 개발자들만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셧다운제를 비롯해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규제가 게임산업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창의성을 파괴한다는 지적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규제를 완화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다. 규제의 근원적인 문제는 개발자들의 창의성을 파괴한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먼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보통 창의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나라의 경우, 표현의 자유 또한 높다. 결국 창의적인 게임이 나오기 위해선 표현의 자유가 먼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