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 “신뢰 못 한다”…국내 시장 철수설 놓고 갑론을박
산업은행이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 사임으로 다시 불붙은 GM(제너럴모터스) 본사의 국내시장 철수 우려를 진화하고 나섰다. 산업은행은 한국GM 노동조합 동의 없이 한국GM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전한 당초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2일 한국GM 노동조합이 국회 정론관에서 연 30만 노동자 일자리 지키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특별결의 거부권(비토권) 상실 이후에도 한국GM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GM 본사와 산업은행은 2010년 GM대우 장기발전 기본합의서를 체결해 한국GM 보유 지분이 15% 이상이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산업은행이 가진 한국GM 지분은 17.02%로 GM 본사의 한국 시장 철수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상태다.
다만 오는 10월 16일이면 GM 본사와 산업은행이 맺은 협약기간 15년이 만료된다. 산업은행의 비토권 상실 이후 산업은행이 GM에 지분을 매각한다면 철수도 가능한 상황이다. 또 GM이 대우차를 인수할 당시 산업은행은 지분을 GM에 우선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자동차 산업이 국내 기간산업인 만큼 경제적 손실을 보더라도 한국GM 지분을 쥐고 있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또 비토권 상실 이후 매각을 통한 GM 철수 우려에 대해서도 “아직 계획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GM 노조는 철수 우려를 거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한택 한국GM 노조 지부장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가장 먼저 꺼낸 요구가 장기적인 발전전망이 담긴 구체적인 실천방안이었음에도 사측은 발전전망이나 물량 배급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권 한국GM 노조 정비부품지회장은 “누적 적자가 2조원이 넘는 상황에 판매 부진까지 겹쳐 구조적인 불투명성과 불안정성이 근로자 사이에 퍼져있다”면서 “한국GM이 지속 가능한 장기적 발전전망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산업은행의 입장도 신뢰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GM 본사는 현재 글로벌 시장을 관리해 온 GM인터내셔널을 해체하는 등 사업재구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GM은 인도에서 연말까지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한다. 호주 역시 생산을 철수했고 중동 지역은 별도 조직으로 분리된다. 유럽과 러시아에서는 모두 철수했다.
한국GM만 GM 본사의 사업 재구조화에서 벗어나 있는 셈인데, GM은 이미 한국GM을 핵심사업역량과 수익잠재력이 낮은 곳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생산 물량 역시 2012년 206만9860대를 생산한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124만9110대에 그쳤다.
이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한국GM 공장 공시지가만 1조7000억원”이라며 “산업은행 지분 고수 의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노조를 비롯한 지역사회, 정치권 모두가 나서서 GM 본사에 사업 지속 의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임한택 지부장은 “임금인상 이야기를 먼저 꺼낸 곳이 사측이었다”면서 “한국GM이 지속 가능한 장기적 발전전망을 제시한다면 노동조합은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은 물론 인건비 상승 완화, 비용 절감 등 회사발전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GM 노조는 6일과 7일 쟁의행위 결의 찬반투표에서 68.4%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다만 중앙노동위원회는 한국GM 노조가 제기한 쟁의행위 조정신청에 대해 추가 교섭 진행을 위한 조정연기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