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건산연에 증권사들까지 한 목소리…금리상승·입주물량 증가·규제강화 영향

부동산 전문기관별 올 하반기 전기 대비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 전망치 / 자료= 각사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서 경기 하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러 국책‧민간연구소, 증권사들은 대출규제‧금리인상‧부동산 규제 등의 악재로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11일 한국감정원은 올 하반기 전국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이 전기 대비 0.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상반기 (0.4%) 대비 소폭 하락한 수치다. 하반기 지역별 매매가격 변동률 전망치는 수도권의 경우 0.4%, 지방은 0.2%로 모두 전기 대비 소폭 하락한다고 한국감정원은 예측했다.

민간연구소들은 국책연구소인 한국감정원 대비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놨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하반기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 0.2% 변동할 수 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지역별 전망치는 수도권은 보합, 지방은 –0.2%다. 주택산업연구원은 하반기 전국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 전망치를 0.6%로 제시했다. 지역별 전망치는 수도권은 0.4%, 지방은 –0.1%다. 

국책연구기관의 경우 정부가 의도하는 높은 경제성장률에 대응해 각 부문별 성장률 전망치를 높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수정한 바 있다. 이에 국책연구소인 한국감정원이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치를 이에 맞춰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상반기보다 활력을 읽을 것이란 데는 민간‧국책연구소 모두 이견이 없다. 하반기부터 이어질 여러 악재가 원인이다. 연구기관들이 꼽는 하반기 부동산 시장 악재는 총 3가지로 금리상승, 입주물량 증가, 부동산 규제 강화로 압축된다. 모두 수요 및 공급 측면에서 부동산 시장 활기를 떨어뜨릴 악재로 거론되는 사안이다. 이같은 규제가 주택 매매거래량을 더욱 위축시키며 전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기관들은 지적한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매개로 한 호황이 하반기에는 불씨가 사그라들 것으로 전문가들이 전망한 대목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9일 강남구 논형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17 하반기 주택‧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 정책 기조, 하반기 수도권 입주물량 증가로 올 하반기부터 주택시장의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이라며 “수요자들은 가계부채종합대책, 보유세 인상 논의 등 단기적으로 정책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들도 국책‧민간연구소들의 이같은 전망에 동참하고 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시작과 주택담보대출금리 상승으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은 하반기부터 조정국면으로 진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정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신속하게 발표됐다. 또한 추가 조치도 발표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심리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전체 부동산 시장 경기가 완만하게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하반기 주택 매매가격 낙폭이 소폭 하향조정되는 선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규제가 예고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시중 부동자금이 하방압력을 일정부분 상쇄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늦춰지면서 여윳자금이 여전히 시장에 풍부하다. 거시경제 지표가 호전되는 상황에서 이들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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