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사업본부 부진·VC사업은 아직 투자단계…하반기 MC사업 전망도 흐림
“가전은 역시 LG전자”. 오랫동안 이 말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설처럼 회자돼 왔다. 이 정설의 힘은 질기게 남아있다. LG전자와 관련한 기사의 댓글이나 소비자 커뮤니티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아이러니다. 되레 이 말이 LG전자의 고민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가전은 여전히 황금시대다. 그런데 이 황금시대가 비(非)가전 분야 부진을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MC사업본부의 부진은 끝날 줄을 모른다. 하반기 시장도 녹록치 않다. 아이폰 10주년을 맞아 치열하게 담금질 해온 애플과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태 이후 절치부심해온 삼성전자가 칼을 갈고 있다. 이러다보니 가전을 활용해 MC사업본부 돌파구를 찾아보라는 조언까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잠정 집계 결과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4조 5552억 원, 영업이익 6641억 원을 벌어들였다.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9%, 13.6% 늘었다. 다만 1분기보다는 각각 0.7%, 27.9%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상반기 실적은 좋다. LG전자의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9조 2124억 원, 영업이익 1조 5856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6.8%가 올랐다. 영업이익은 45.5%나 폭증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도 넘어섰다. 누가 보더라도 선전이다.
문제는 ‘기대치’가 컸다는 데서 발원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이번 분기 영업이익을 7700억원 안팎으로 내다봤었다. 소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9000억원을 전망하기도 했다. LG전자의 2분기 실적이 시장에 충격을 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당초 3조원을 넘으리라 전망되던 연간 영업이익도 2조원 대에 머무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인지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0일 LG전자 목표주가를 1만원이나 내려잡았다. 6월 한때 8만8000원에 거래되던 LG전자 주가는 10일 현재 7만 800원까지 내려앉았다. 한 달 간 15% 이상 하락한 셈이다.
내용을 뜯어보면 아이러니하다. ‘벌어들일 곳’에서 여전히 잘 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잠정실적치가 사업부별 세부 실적은 알 수 없다. 다만 업계 안팎의 전망치를 종합하면 생활가전(H&A) 사업부의 경우 5000억원~52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영업이익의 80% 가까운 비중이다. H&A 부문 효자는 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에어컨 등이다. H&E 사업부도 OLED TV 인기를 등에 업고 선전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TV는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결국 가전에서 대부분의 돈을 벌어들였다는 얘기다.
그런데 MC사업본부가 이를 깎아먹는 형국이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2분기 MC사업본부가 적게는 2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까지 적자를 냈으리라 보고 있다. 1분기 MC사업본부는 2억원의 영업손실로 선방하면서 흑자전환 기대감을 높였다. G6 판매량 부진과 이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대가 주된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꼽힌다. G6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투자를 단행한 게 되레 적자폭을 키우는 연결고리로 작동해버린 셈이다.
MC사업본부 부진을 그대로 인정하자는 시각도 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기업 가치 강화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 현재 기업가치 극대화 논리 핵심은 HE, H&A, VC에 있다고 판단된다”며 “MC부문 실적은 외부환경, 사업구조개선 진행 등에 기인해 부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실적 연착륙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LG전자에 원투펀치가 자리 잡지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가전에만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얘기다. LG전자는 새 먹거리로 VC사업(전장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MC사업본부 개발인력 상당수를 VC사업본부로 재배치했다고 알려졌다. VC사업의 경우 카메라 모듈과도 연관돼 있어 연결 자회사인 LG이노텍과의 시너지를 내기에도 좋다. 하지만 아직 투자단계다. 영업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VC사업이 두드러진 실적을 내기 전까지는 MC사업본부가 일정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하반기 전망은 밝지 않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아이폰8을 가을에 내놓는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충격에 휩싸였던 삼성전자는 절치부심 끝에 갤럭시노트 8을 공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30을 오는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개막 하루 전날에 공개한다. LG전자가 이 삼국지 틈바구니에서 프리미엄 시장 경쟁력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하반기 실적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가전을 활용해 MC사업본부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MC사업부의 장기적인 사업방향 설정에서 스마트폰 판매보다는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 연관 모바일 플랫폼 구축이 중요하다”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한 가전과 TV사업 경쟁력을 결합하면 비교우위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은 역시 LG전자”라는 문구에 기대라는 말이다. ‘가전 황금시대’에도 LG전자의 고민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